요즘 인터넷과 방송에는 온통 BTS를 비롯한 아이돌 가수들과 무슨무슨 트로트 경연대회로 인한 내용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국의 각종 중요한 축제들에도 이들의 무대는 비싼 공연대가로 초대되고 그만큼 많은 청중들을 불러 모은다. 음악의 현대적 변화와 대중문화의 활성화라는 점에서 함께 축하하고 즐겁게 여긴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에 이르면 갑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 음악인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런 대단한 소식들이 그저 잠시 반짝하는 뉴스로 그치고, 열렬한 클래식 애호가를 제외하면 일반 대중들의 뇌리에서 그 같은 대단한 소식조차 금방 잊히고 만다. 다양한 변화와 폭발적인 무대 장치를 선보이며 시시각각 변화하고 발전하는 대중문화와 달리 근엄한 복장에 긴 연주시간을 지키는 등 변화보다는 전통을 추구해온 클래식 음악은 그런 면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클래식이라는 말 자체가 가진 의미가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쉽게 변하는 음악이었다면 처음부터 붙여지지 않는 이름이었을 것이라는 면에서 클래식이 추구하는 전통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의 저변이 지나치게 좁아지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에서 클래식 음악은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고 안정과 치유를 안겨준다는 결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록 대중들의 인기에서는 다소 멀어졌다고 해도 클래식이 가지는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런 중요한 클래식이 대중에게 점점 멀어지는 데는 정책적인 문제도 있다. 대부분 정책 입안가들은 클래식을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렵게 보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연결해 클래식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심포니 오케스트라 한 팀을 꾸밀 정도는 돼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 클래식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는 우스개도 있다. 물론 클래식의 궁극적인 총아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일 수 있다. 실제로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페라, 발레, 뮤지컬, 연극은 물론 영화와 합창, 대중음악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기본적인 연주단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아우름의 문제일 뿐이다. 클래식에는 다양한 악단 구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현악4중주, 목관5중주, 금관5중주, 타악기 앙상블, 현악앙상블, 관악앙상블 등은 따로 떼면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악단이지만 이들을 모아두면 거대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다. 꼭 이렇게 악기 종류별로 분류하지 않아도 다양한 종류의 실내악을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지자체들이 큰 공연장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보유하면서도 그 쓰임은 재정형편상 겨우 합창단 운영 정도에서 그치고 그 비싸고 좋은 시설을 대관하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에 걸쳐 무려 225개의 문예회관을 가지고 있지만 몇몇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들 대부분 문예회관의 쓰임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한산하다. 그러나 만약 지자체들이 위에서 열거한 각각의 개별 악단들을 따로 운영하다가 큰 행사가 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교류·통합한다면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원하는 지자체들이 순식간에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고 각각의 지자체 시민들에게 언제건 최고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전국적으로 최소한 1~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고 관리하기 어려운 문예회관도 훨씬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인재의 보고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외국 음악가들이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인들의 면면을 알고 나면 진심으로 놀라는데 그만큼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실력가들이 마땅히 설 자리가 없어 개인 레슨과 떠돌이 연주를 전전하다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기도 하다. 지자체들에게 간곡히 당부하는 바, 이웃 지자체들과 협의해 우선은 작은 악단이라도 한 팀씩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클래식 음악이 제 자리를 잡는다면 다른 장르의 모든 예술이 지금보다 훨씬 탄탄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음은 뻔한 일이다. BTS가 세계를 휘어잡고 트로트가 안방을 환호하게 하듯 우리나라 클래식 역시 조금의 관심만 가져도 대중의 사랑을 훨씬 크게 받을 수 있고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신중하게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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