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공원은 경주 여러 곳의 소나무 숲 명소들과 함께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소나무 숲길이다. 특히 황성공원은 주변 도시민들에게 솔향을 선물하는 힐링공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런 황성공원 소나무숲이 최근 진행된 소나무 전지작업으로 인해 큰 시련을 맞았다. 시민들의 제보에 따르면 소나무들이 지나치게 잘려나가 숲으로서의 기능을 대폭 상실했고 조경미는 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소감들이었다. 이에 대해 시청 주무과에서는 밀집한 가지들을 적절히 나누어 줌으로써 정상적인 성장을 도와 장기적으로는 숲을 더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잔가지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해명이었다. 마침 지난 13일, 황성공원 뚜벅이로 유명한 권원수 씨도 페이스북에 황성공원의 소나무 숲을 올렸다. 권원수 씨가 올린 사진에는 굵은 가지, 잔가지 할 것 없이 수북하게 쌓인 소나무의 가지들이 도처에 널린 모습이다. 잔가지를 살리려 했다는 담당자의 해명과는 대조적이다. 보문 호반 등 경주도처의 조경을 손수 담당했던 조경전문가인 권원수 씨의 눈에는 지금의 소나무 가지치기가 이해되지 않는 듯하다. 시민들이 즐기는 숲은 숲의 기능과 조경미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면에서 가로수 정비와 달라야 하는데 시민들의 제보와 조경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황성공원 소나무 정비는 가로수 정비하듯 속행된 듯한 모습이다. 더구나 소나무 가지를 치우면서 포크레인이 무차별 진입하는 통에 갖은 반대를 무릅쓰고 싶은 맥문동밭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사람이 조금씩 실어내거나 하다못해 트럭이 들어가 수거해 나왔어도 이런 처참한 상황은 면했을 것이다. 사전에 방비하지 못한 행정이 아쉽다. 그렇지 않아도 시민들은 3년 전 통일전 앞 은행나무 길이 처참하게 잘려 나간 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을 악몽처럼 간직하고 있다. 혹여라도 이런 일이 삼릉이나 소금강산 등에서 또다시 이뤄진다면 이것은 치명적이다. 수백 년 탈 없이 이어온 소나무 숲을 사람의 잣대로 지나치게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스스로 자신을 지킨다. 소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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