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왕궁이 자리했던 인왕동 월성(月城, 사적제16호)의 남천(南川)쪽 성벽 바깥 낭떠러지에서 5~7세기 왕궁의 식생활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신라왕궁의 쓰레기장(폐기장)’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덕대학교 박물관(관장 김무생 교수)은 “지난 20일 월성 앞을 지나다가 나무가 내려앉아 지표면이 노출된 것을 보고 현장을 관찰한 결과 이 곳이 신라왕궁에서 쓰레기를 버리던 장소임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박물관측은 “이곳은 신라 당시 계속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에 성벽 아래쪽에 제법 큰 둔덕을 이루었으나 남천이 범람할 때 절반 가량이 깎여 나간 것으로 짐작되며 이와 함께 쓰레기를 성벽 밖 냇가 쪽 낭떠러지에 버린 것은 강의 정화작용을 기대한 위치 선정으로 보여져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무너진 흙더미에서 채집된 자료들은 조개껍질 11종류 24점, 동물뼈 6종류 9점이며 5~7세기의 신라시대 굽다리접시(高杯) 파편 등도 포함되어 있어 이들 쓰레기가 버려진 시기를 추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려진 조개껍질 중에는 전복·소라·백합·홍합·굴 이외에도 두드럭고둥·삿갓조개·떡조개까지 포함되어 있어 이제까지 알려진 선사시대 해안지방의 패총에서는 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복과 외부에 돌기가 있는 유극형 소라는 해저 10~20m의 비교적 수심이 깊은 곳에서 채취되는 고급 패류로 신라왕궁의 높은 식생활 수준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으며 두더럭고둥은 3~5월, 백합은 여름, 굴은 늦가을에서 이른봄 사이에 채취·식용한다는 점에서 월성의 쓰레기장(폐기장)에서 나온 조개껍질들은 1년 중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공급되었음을 알 수 있고 신라 왕궁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개들이 조달되었다는 것은 당시 신라 왕실이 가졌던 힘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곳에서 사슴의 뒷발허리뼈와 왼쪽 아래턱뼈, 멧돼지의 왼쪽 앞발허리뼈, 말의 경골과 두개골 파편, 개의 어깨뼈 파편, 종류를 알 수 없는 조류의 사지골 파편 등의 동물뼈가 수습됐다.
이번 월성 신라 왕궁 쓰레기장 발견에 대해 위덕대 박물관 박홍국 교수는 “당시 쓰레기장이 생활공간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과 왕궁 내에서 거주하였던 최상류 계층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우며 또 다른 면의 신라문화사를 복원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수습된 동물유체를 감정한 이준정 박사(서울대 박물관 특별연구원·동물고고학)는 “월성 신라 왕궁 쓰레기장은 이미 조사된 고분, 건물터 등과는 달리 신라왕궁의 구체적인 생활상(식생활과 동물이용 양상 등)을 보여주는 최초의 유적이며 좁은 면적에서 수습된 자료로서는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