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를 지난 아침의 기온이 촉촉하다. 여전히 찬 기운이 남아 얼굴을 스치지만 봄이 이미 그 속에 함께 하고 봄의 향연이 저만치 와 있음을 알고 있다. 2023년 고향 경주의 봄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올까? 경주 보문호의 봄의 향연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려본다. 경주에 생각이 미칠 때마다 향수와 함께 알 수 없는 염려가 겹쳐진다. 노파심에서겠지만 최근 경주에 원전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경주가 지나치게 성급한 걸음을 걷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랑포선 황작재후(堂郞捕蟬 黃雀在後)라는 말이 있다.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가 자신의 뒤에 참새가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말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다가 등 뒤의 근심을 전혀 돌아보지 못하는 형국을 경계하는 이야기이다. 전체를 살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는 일부분과 보이지 않는 대부분, 나의 패와 상대의 패는 물론 그 전략과 의중 그리고 상황까지 고려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전략(戰略, strategy)과 전술(戰術, Tactics), 효과(效果, effect)와 효율(效率, efficiency), 방향(方向, direction)과 속도(速度, speed)를 살피고 조절하고 우선 순위를 살피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망망대해나 넓은 초원에서는 방향을 알려주는 지형과 지물이 따로 없지만 길을 잃지 않은 방법이 있다. 그게 바로 별자리로, 특히 북극성은 늘 변함없이 한 곳을 지키고 있어서 누구나 그 별에 의지해 길을 찾아 항해하고 양떼를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북극성처럼 분명한 좌표를 가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좌표를 찾는 자체가 오히려 더 어렵기에 많은 일들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된다.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 지쳐 지나가는 마차를 만나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마부가 태워 주자 마부에게 물었다. “여기서 예루살렘까지 얼마나 먼가요?” 마부가 답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30분 정도 걸리지요” 나그네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잠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30분 정도 지났다. “예루살렘에 다 왔나요?” 마부가 대답했다. “여기서 1시간 거리입니다.” 나그네가 놀라 되물었다. “아니 아까 30분 거리라고 했는데, 왜 더 멀어졌죠.” 마부가 말했다. “이 마차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마차입니다” 이 짧은 우화는 비록 간출해 보이지만 중요한 두 가지 가르침이 있다. 급하고 중요한 일일수록 방향성을 잘 잡아야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는 의미가 그 하나고, 어떤 일이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길을 아는 이들에게 묻고 배워서 제대로 가라는 의미가 또 하나다. 특히 경주는 원전을 둘러싼 많은 이슈들이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낳고 있다. 최근에는 핵폐기물 영구 저장과 관련하여 찬반이 엇갈린다. 누구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저장시설을 영구화 하자고 떠들고 또 누구는 이 위험한 것을 왜 경주가 영원히 떠안아야 하느냐고 소리친다. 여기서 자칫 섣부른 판단을 한다면 마차를 잘못 얻어 탄 나그네의 신세를 똑같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더 엄중히 말하자면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경주와 경주시민이 매미를 노린 사마귀의 형국에 빠질 수도 있다. 최대한 공정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혜안을 모아 올바른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추어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2023년도 이제 두 달이 지나가고 3월이 시작된다. 개인이나 사회단체, 지자체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연초에 세운 다양한 계획들이 제 궤도에 오르고 있는지 점검해볼 시기다. 그 계획들이 옳은 것이었는지 아닌지를 되짚어 보고 그게 올바른 선택이었고 계속 추진해야 할 일인지를 돌아보는 시점이다. 늘 멀리서 무엇 하나 도와주지 못할망정 작은 고향소식에도 쉬 민감해지는 출향인의 입장에서는 2023년뿐 아니라 언제건 경주가 가는 길이 시민들의 공감 속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어쭙잖은 고사와 우화로 경주의 바람직한 내일을 응원하는 방외인이라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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