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을 짓밟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건 그 행위가 어떤 의도를 지녔건 아름다운 대상을 부수거나 해꼬지 하는 것은 결국 그만큼의 폭력을 자신에게 행하는 것과 같다.
심리적 결함을 가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한 아름다운 것을 망치는 순간 자신도 꺼림칙하고 불편한 마음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옥녀봉 한쪽에 솔방울과 작은 돌멩이로 하트를 만들어 놓아 지나다니는 등산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분들이 있었다. 페이스북에는 그들의 아름다운 흔적을 찍어 올리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아름다운 마음을 처음 낸 이는 안정희 씨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솔방울과 돌멩이로 하트만 만들어 놓았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하트가 쌍으로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매일 날짜를 바꾸어 그려 놓고 ‘행복하세요’라는 글귀도 넣는 등 정성이 더 들어갔고 조형미까지 발전했다.
안정희 씨의 마음에 적극적으로 합류한 이가 자전거 타기와 맨발 걷기 전도사로 유명한 지연화 씨.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옥녀봉을 오르는 시민들이 기분 좋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음은 물어보나 마나다. 지금까지 이 솔방울 하트에 공감하고 칭송해온 SNS들만 해도 수백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 하트를 어떤 심보 고약한 사람이 수시로 망가뜨려 만든 이는 물론 SNS 친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도 두 사람은 꾸준히 하트를 고치고 다시 그려 놓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숫제 누가 이기나 보자는 오기까지 생긴 모습이다.
만들어 놓은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나고 어이없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럴 필요도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 아름다운 것을 망치는 것은 그 순간 자신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에 이미 합당한 벌을 받은 셈이다.
오히려 망치는 일이 반복되어도 이 아름다운 일을 꾸준히 되풀이 한다면 언젠가는 망치는 사람조차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하트를 그릴 때마다 느꼈음직 한 행복만으로도 두 분은 충분히 즐거울 것이라 믿어진다. 그게 비록 솔방울과 돌멩이로 만들어졌을망정 이 하트가 옹골차 보이는 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