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 정부 요직 상당수를 군인들이 차지하는 시대가 있었다. 박정희 소장이 1961년 5·16 쿠데타를 일으키고 집권하면서 그 쿠데타의 핵심세력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군이 정부의 요직을 장악하게 되었다. 1979년 10·26 사태로 인해 박정희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는가 싶었지만 이어진 12.12 군사쿠데타는 역사를 도로 1961년으로 돌이켰고 이로 인한 군부독재의 서슬은 더욱 퍼래졌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것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후다. 군의 정치진출 기반이었던 ‘하나회’를 와해시키고 군에 대한 강도 높은 권력 제한과 군의 부단한 자정 활동으로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출신 최초의 대통령이 된 이후 한동훈 법무장관을 비롯한 검사 출신들이 대거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게 되었고 과거 어느 때보다 검찰의 권력이 세졌다는 세간의 평가다. 그런 반면 검찰의 중립성과 수사의 치밀성, 수사에 대한 정확성은 대거 떨어졌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전 정권에 대한 검찰수사가 위험수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기 ‘적폐청산’을 빌미로 검사들을 동원해 온갖 정치보복을 행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문재인 정권은 무능한 권력을 쓰러뜨리고 이른바 사자방 비리, 즉 4대강에 쏟아진 비리와 자원외교를 빌미로 한 외교적 국가손실, 군의 방위사업과 관련한 구조적 비리 등을 파헤치고 농단을 없애라는 국민적 요구로 탄생한 정권이다. 그러나 기껏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다스 실소유주’ 따위의 빤한 이슈와 법원까지 걸고 넘어지는 무리한 수사에 열을 올린 채 사자방 비리는 터럭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20년 장기집권’ 운운하는 오만을 거듭한 결과 역사상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주는 패배를 맛보았다.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권의 불합리를 바로 세우라고 국민이 선택한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그 기대에서 멀어진 채 집권초기 이미 30% 지지율로 곤두박질쳤다. 그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 자신의 안일과 무지, 적절치 못한 처신 등임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것 못지않게 국민의 우려를 주는 것이 ‘검찰공화국’으로 치닫는 독재적 발상이다. 경제회복과 민주화 가속화라는 국민의 바람은 아랑곳 않고 정적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한 대통령과 그 뜻을 ‘알아서 살펴’ 여와 야를 구분하지 않고 대통령의 뜻에 반하면 어떤 정치인이건 꼬투리를 잡아 짓누르기에 여념이 없는 검찰을 보면 이 정권의 말로가 어떨지 짐작 가고도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과감히 대통령에 직언하고 고쳐나갈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전 정부가 저지른 패착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꼴이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맹점은 비판 없는 성역화였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인천공항공사가 전격 정규직화 되고 4대강 수문이 열리는 식의 상명하복이 현정권에서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한 술 더 떠 대통령의 말 실수나 적절치 못한 처신을 억지스런 변명과 미화로 포장해 오히려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제왕적 행태야말로 민주화를 바로 세워온 국민의 눈에는 최대의 거슬림이자 기만일 뿐이다. 더구나 그런 비판을 검찰력을 내세워 억누르려 하는 것은 또 다른 거대한 반발을 부를 것이다. 최근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전 대통령들에 대한 수사결과가 정권에 따라 달라진 것에 대해 ‘그때는 살아있는 권력이 있어서 수사를 못 했지만 정권이 바뀌어서 할 수 있었다’고 해명해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권력에 따라 부화뇌동했다면 그 검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애초에 글러 먹은 것이고 결국 검찰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권에 빌붙은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군이 어떻게 권력을 독차지했는지도 보았고 그 권력이 어떻게 해체되는지도 역사를 통해 똑똑히 배웠다. 검찰이라고 다를 바 없다. 검찰이 제 역할을 공명정대하게 하지 않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거나 권력의 정점에 서려 한다면 반드시 국민적 역풍을 맞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권력을 농단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이미 수차례의 철퇴를 내리쳤다. 바로 이 엄연한 역사를 검찰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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