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싫어졌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설날이 있기도 하고, 내 생일도 덩달아 오기도 하는 달인데, 굳이 2월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쌍둥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무렵, 고민하는 달이 되었고 그 고민이 달갑지 않았기에 2월이 싫어졌다. 아마 많은 아줌마, 엄마들이 싫어하는 달이 2월일 것이다. ‘이 무슨 소리냐고?’ 2월은 졸업이 있는 달이다. 그걸 누가 모르는가? 그런데 어린이집도 졸업을 한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월 중순에서 하순에 졸업하고 짧게는 5일, 길게는 1~2주 동안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 집에 있어야 한다. 나는 전업주부였기에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있으면 되었지만, 아이들이 자꾸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걸 이해시키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린이집을 졸업해서 이제는 어린이집에 못 간다고 하면 쌍둥이는 그러면 유치원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따졌었다. 3월이 되어야 입학을 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셋째도 어린이집을 졸업하게 되었을 때 며칠 전부터 신경이 쓰여 배가 아팠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그래도 나는 나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워킹맘들은 어쩌란 소린가? 갑자기 아이를 1~2주만 맡길 곳이 어디 있으며 돌봐줄 사람이 누가 있는가? 친구 중에 가장 결혼을 늦게 한 나로서는 먼저 아이들을 키운 워킹맘 친구들이 너무나 대단해 보였고 한편으론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때 사정을 알아주지 못한 것이, 도와주지 못한 것도 미안했다. 솔직히 졸업뿐인가? 어린이집도 방학을 한다. 가정 어린이집에 보낸 경우, 여름방학, 겨울방학도 일주일이 있다(큰 어린이집은 방학 기간에도 돌봄을 해주는 곳도 있기는 하다). 매년 며칠씩 엄마들은 돌봄 공백을 채우려고 이리저리 고민해야 한다.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힘든 시기다. 그렇게 힘들게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참고 견디며 경력을 이어가던 워킹맘들은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멘붕이 온다. 입학하면 길게는 한 달 동안 12시가 좀 넘으면 집에 온다. 학년이 올라가도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다니던 엄마들이 막상 아이들이 학교를 들어갔는데 몇 년 못 버티고 사직서를 쓰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초등 돌봄이 있기는 하지만 학교마다 정원이 많지 않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초등 돌봄이 1~2학년을 대상으로만 한다는 것이다. “3학년이 되면 혼자 있어도 된다는 소리인가?” 작년에 초등학생 형제가 집에서 라면을 먹다가 화재로 사망한 사건도 있다. 형제 자매가 같이 학교를 다니면 저학년은 돌봄을 하고 큰 아이는 혼자 집에 가라는 소리인가? 엄마들도 방학을 좋아하고, 2월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줌마 한소리 좀 한다.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학교든, 아이들이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돌봄 선생님들의 근로조건을 최악으로 만들어서도 안된다. 근로의 피로도는 돌봄 서비스의 질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를 맡기는 엄마로서 선생님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다. 그렇기에 선생님들의 쉼도 중요하다. 보통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월차, 연차는 그림의 떡이다. 선생님들의 쉼을 위해 방학엔 쉬고 월차, 연차를 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같은 기관에 근무 경력이 있지만 퇴사한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의 방학과 연차와 월차를 대신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안된다고 하지 말자.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경주에 있다. 가정 어린이집처럼 작은 기관의 경우는 구역별(같은 동네마다) 보완 선생님을 채용하면 어떨까? 엄마의 휴식과 선생님의 휴식은 아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아빠의 휴식에도… 그러니 올해 예산을 역대 최대로 많이 받았다고 자랑만 하지 말고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곳을 채울 수 있는 고민의 시간을, 실제로 이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갖기를 아줌마는 바란다. 지역 위원들과 공무원, 선생님과 학부모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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