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미국,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백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1992)를 떠올릴 것이다. 론 하워드 감독이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을 출연시켜 만든 흥행작이다. 영화의 백미는 온갖 수난을 겪고 난 이민자들이 자신의 땅을 가지는 순간이다. 자신의 깃발을 최대한 멀리, 최대한 넓게 달려가 꽂는 곳이 자신의 땅이 된다는 설정은 개척자들에게 로또 이상의 매력과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 역사도 그런 시대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비록 땅은 아니지만 미지의 영역에 도전한 수많은 전문인들이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고 그 표식을 남겨놓았다. 그 영역이 큰 사람은 대단한 학자가 되거나 재벌 혹은 공직자가 되었고 문학인과 체육인 등 다방면에서 이름을 남겼다. 단지 큰 업적을 남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이룬 영역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도 있다. 그것이 비록 세상이 다 알만큼 거대하거나 떠들썩 하지 않아도 자신을 떠난 대중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거나, 비록 자신의 이름을 걸어놓지는 않았지만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그 영역에서 삶을 즐기고 여유를 얻는 모습을 본다면 그 만큼 가치 있는 일도 드물 것이다. 지난주 만난 권원수 씨는 ‘파 앤드 어웨이’의 주인공 ‘조셉 도넬리(톰 크루즈 분)’를 연상시키고도 남는다. 권원수 씨는 경주 사람들은 물론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씩은 반드시 둘러 봄직한 보문호수 전체 도로에 벚나무를 심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보문관광단지는 1971년 8월 정부에서 실행한 ‘경주관광개발계획’으로 기본계획이 마련되어 1974년 공사를 시작했으며 1975년 보문관광단지 지정 및 경주관광개발공사가 설립되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1단계 공사를 마치고 개장한 것이 1979년 4월이다. 그 후 각종 호텔과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온천이 개발되면서 보문관광단지는 일약 국내 최대·최고의 관광단지로 성장했다. “제가 1978년에 경북관광개발공사에 입사했어요. 마침 그즈음 경주관광종합개발공사가 시작되었고 보문호수가 만들어졌지요. 저는 경주공업고등학교 토목과를 나왔는데 그때 호수 주변에 조경을 맡았어요!” 토목학과를 나왔지만 조경공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자료도 거의 없어 조경 공사 자체가 어렵기만 했다는 권원수 씨. 그 와중에 가장 기억 남는 작업이 벚나무 심기다! “당시에 심은 건 팔뚝 정도 굵기의 가늘고 작은 벚나무였습니다. 그게 지금은 보시다시피 고목이 되었지요” 권원수 씨는 보문관광단지를 둘러볼 때마다 아름드리로 성장한 벚나무를 바라보고 쓰다듬어 보는 일이 어떤 일보다 보람 있다고 자부한다. 특히 이른 봄 벚꽃이 한창일 때 보문호반을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환한 웃음을 볼 때마다 45년 전 한 그루 한 그루 벚나무를 심던 자신의 청년시절이 떠올라 감회에 젖곤 한다. “그 후 보문단지 경험을 발판으로 전국을 다니며 많은 공사를 했어요” 가깝게는 경주 포항간 산업도로에 은행나무도 심었고 경주민예촌, 보문 컨트리, 신라CC 등의 조경을 담당했다. 경주 외에도 팔공CC, 경기도 제일 스포츠 골프장 등 수많은 조경공사를 진행했다. 권원수 씨는 그런 공사들이 무수히 많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기억조차 희미하다고 회고한다. 분명한 것은 권원수 씨가 자신만의 영역을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냈고 그게 어느 순간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파 앤드 어웨이’의 주인공이 초기 개척시대 수많은 미국인들 중 한명이듯 경주가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성장한 이면에는 권원수 씨 같은 숨은 주인공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권원수 씨는 최근 황성공원을 비롯한 경주의 곳곳을 거닐며 경주시와 시민들이 알아야 할 다양한 공원 소식을 전해 본지 ‘SNS는 즐거워’에 가장 자주 등장한 제보자이자 그만큼 왕성하게 SNS를 즐기며 주변과 소통하는 인물이다. 언제나 청춘의 기운으로 또 다른 ‘파 앤드 어웨이’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권원수 씨! 그는 경주의 어른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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