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숨바꼭질에 대한 추억만큼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는 가장 단순한 추억도 없을 것이다. 온 집안 혹은 정해놓은 영역 속에서 몸을 옹송그려 숨기던 모습과 술래가 자신이 숨은 곳으로 다가올수록 콩닥거리던 가슴과 긴장감 넘치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강렬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좁은 공간이나 은폐물 뒤에 머리카락이 보일까 옷자락이 보일까 꼭꼭 숨는 재미는 또 어떠했던가?
긴장감은 술래에게도 마찬가지다. 숨바꼭질은 술래를 제외한 아이들 중 누구 하나가 살아남아 술래보다 빨리 ‘진’을 두드리면 죽었던 아이들이 전부 되살아나는 반전을 가진 놀이다. 때문에 술래는 멀리 찾으러 가고 싶어도 섣불리 진을 떠날 수 없고, 가지 않으려니 계속 술래로 남을 것이기에 전체 놀이장을 감찰하면서 한 발 한 발 아이들을 찾으러 다닌다. 숨바꼭질은 이렇게 술래가 된 아이나 술래가 되지 않은 아이나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가진 놀이다. 이런 재미 때문일까? 한 번 숨바꼭질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숨바꼭질 놀이에 몰두하다 땅거미가 지는 줄도 모르기 십상이었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깊이 숨었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 어두컴컴해진 사위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럴 즈음 동네 어귀에서 아이를 찾아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지르던 동네 아낙네의 달구어진 소리도 노을 따라 퍼져나가곤 했다.
지난 10일 석정이 씨가 올린 숨바꼭질이 페이스북을 달구었다.
뒤가 훤히 비치는 커튼 뒤에 숨은 아들의 모습을 찍은 석정이 씨는 “동생이랑 숨바꼭질하는 오빠야~~~ 우짜고 밤새 몬찾긋다”며 귀여운 순간을 포착해 담았다.
이 단순한 장면에 4일 동안 100여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31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단 분들은 한결 같이 ‘정말 못 찾겠다’, ‘너무 꼭꼭 숨았네’, ‘내일까지 저러고 있겠네’ 등 석정이 씨의 즐거움과 함께 했다. 좋아요를 찍거나 댓글 단 분들은 아마 이 어이없는 순간에 긴장감보다는 폭소를 동반한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어느 순간 아파트의 범람과 이웃과 친구가 멀어진 사회 속에서 숨바꼭질에 대한 추억이 갈수록 귀해진다. 이제 어디에서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히히거리며 숨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