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한지를 구겨 뜨리고 그 위에 다채로운 옻칠을 더하니 드넓은 대지를 품은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옻칠로 자연의 경이로운 여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채림 작가의 초대전이 라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것.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현대와 전통, 동양과 서양의 철학을 담아낸 옻칠 작품 14점을 선보이고 있다. 옻칠의 마티에르와 삼베의 텍스처가 돋보이는 옻칠 풍경화에 전통 장신구를 연상케하는 유기적 오브제들이 자유롭게 배치돼있다. 오랜 기간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작가는 세공 기술의 한계를 옻칠로 확장시켰다. 빛과 색채에 자유로웠던 작가는 평면의 입체성과 시각적인 반사효과까지도 작품의 일부로 표현하는 등 독창적인 회화를 모색하고 있다. 상하이대학 이용우 교수는 “채림의 옻 회화에 나타난 평면의 질감은 옻의 기능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그 두께나 깊이를 조절함으로써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세련된 미감”이라면서 “독특한 표면 효과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고 색채의 다양한 스펙트럼은 서정적 감수성을 드러낸다”고 평한 바 있다. 반복되는 패턴과 농담의 차이가 무한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자연의 에너지와 삶의 여백이 느껴지는 옻칠 풍경화는 대부분 제주도 풍경이 모티브다. 채림 작가는 “실제를 재현한 고전적인 풍경화에서 벗어나 작품에 대한 경계를 미리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지나간 기억과 감성을 얹어 다채로운 색감과 구도, 대상의 배치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재밌고,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지까지 작품에 더해져 더 깊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가는 “옻칠 풍경화에 오브제들의 자유로운 배치가 더해지면 평면 화면에선 만족할 수 없는 입체감, 생동감의 확장성이 완성된다”면서 “장르적 접근보다 회화적인 것에 대한 가능성을 해석하고 확장해 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화를 조형적으로 혹은 조형물을 회화의 영역으로 교차시키며 작품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그녀다. 작가는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의 상호 교감을 통해 다양한 옻칠 기법과 색채로 재료의 실험정신, 인문학적 견해, 색채 철학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채림 작가는 미국, 파리, 뉴욕, 서울, 경주에서 개인전 14회를 가졌으며, 국내외 아트페어 및 그룹전에 다수 참여했다. 현재 프랑스 조형예술 저작권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제15회 국제주얼리디자인공모전 대상, 제41회 국제현대미술대전 금상, 디렉터스 어워드, 인터내셔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워드 등이 있다. 채림 작가의 옻칠 전시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는 28일까지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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