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률사에서 도난당한 지장탱화가 20여년만에 경주로 돌아온다.
백률사 지장탱화는 대웅전 본존불 뒤에 봉안됐던 노사나불탱화와 함께 2001년 6월 18일 새벽 도난됐으며, 노사나불탱화는 2017년 4월 환수돼 현재 불국사 성보박물관에서 관리·보관하고 있다. 지장탱화는 2020년 7월 도난문화재 은닉처에서 발견됐다.
당시 포항 보경사, 구례 천은사, 구례 화엄사, 순천 선암사 등 14개 사찰의 32점 도난 문화재와 함께 발견된 것.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도난 문화재 관련 2심 선고에서 원소유자로 소유권이 인정됐다. 이에 회수된 탱화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남은 행정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며, 올해 중으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장탱화의 크기는 가로 245cm, 세로 277cm로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열 명의 시왕 등 지장보살의 주요 권속이 배치돼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탱화가 제대로 보존이 되지 않아 약간의 손상은 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 칼로 도려내 가져가 장황이 없는 상태라 경주에 돌아가도 바로 공개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탱화는 1900년 작품이며 근대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있는 경우 문화재지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북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수가 많아 문화재지정이 힘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전국 25개 교구를 둔 본사가 있고, 거기에 말사가 예속되는 본말사제도가 있다. 백률사는 불국사 말사이기 때문에 행정절차가 종료되면 본사인 불국사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국사 성보박물관 측에 따르면 앞서 반환된 노사나후불탱화는 도난당한 뒤 말려져 보관돼 온 탓에 훼손이 심한 상태라면서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환받은 상태 그대로 수장고에 보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훼손이 심한 문화재는 대중에 공개하기 전 보존처리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아직은 계획된 바가 없다고 했다.
한때 불교문화재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가 떠돌며 불교문화재 도난과 불법거래가 심각해졌다. 이 시기 한적하고 외진, 보안 장치가 없는 사찰은 문화재 절도범들의 타깃이 됐다.
특히 불화는 불상, 석탑 등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상당한 불화라도 그림 부분만 오려서 접거나 말아 부피를 줄여 이동이 가능했기에 도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대한불교조계종과 경찰청, 문화재청은 협력관계를 맺어 도난 예방과 도난 성보문화재의 조속한 환지본처를 위해 문화재 보호법상 도난 관련 공소시효 확대, 문화재에 대한 선의취득 제도 폐지 등 제도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도난 된 문화재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고 있다.
회수된 문화재 중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도난된 비지정문화재들도 현재 기준으로 재평가했을 때 국보나 보물로 승격이 가능할 수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경주의 도난 문화재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고, 20여년 동안 구겨져 빛을 보지 못했던 백률사 탱화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하루빨리 재조명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한편 백률사 탱화는 1997년 경북도로부터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돼 등록문화재에서 삭제됐다. 반면 1900년에 조성된 서울 미타사 금수암 신중도는 화면 구성 및 도상 차용에 있어 20세기 초반 경기지역 신중도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문화재적 가치가있다고 판단돼 지난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