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해 재생에너지 100%(RE100)와 탄소중립(넷제로)으로 달려가고 있는 ESG 체제는 이제 가시화되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에너지(석탄과 석유) 사용을 중지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인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겠다는 RE100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난제가 있다. ESG가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시작해 전 세계 기업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어서 일개 소비자이자 시민인 우리와는 별개의 일로 생각하거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인 2023년의 세계 기상이변만 살펴보자. 대기의 강이 미국을 덮쳐 캘리포니아 전역이 3주째 폭우에 시달렸고, 이 대기의 강은 뉴질랜드로 옮겨가 현재까지 물바다를 이루고 있다. 또한 미국의 눈 폭풍과 폭설, 러시아의 기록적 한파, 남아메리카의 심각한 가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유례없는 한파로 기후 위기를 체험하는 중이다. 이런 기후 문제의 책임을 화석연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책임을 물리고 ESG 경영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RE100달성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과 생산품에 대해 탄소세와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방법이 모든 나라에 공평한가에 대해서는 소신 있는 발언이 필요하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작년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렸다. 이 총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배출된 온난화 가스로 인해 막대한 재해를 입게 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손실과 보상’에 기금조성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RE100이 선언되기 전에 다루어져야 할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로 인한 재난에 대해 이제라도 당사국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합의만 했을 뿐이지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RE100이 준비된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국경세와 탄소배출권거래제로 호재를 누리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에 미국 내 자동차 판매 수입보다 더 많은 탄소배출권 판매로 16억 달러(2조145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2021년 중국에서만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으로 3억9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5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테슬라를 비롯해 전 글로벌기업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7%를 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본다면 암담하다. 2023년 시범적으로 보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철강 알루미늄 등 우리 산업계는 일종의 ‘탄소 관세’로 연간 약 5309억원을 부담해야만 한다. EU에서 주장하는 탄소 1톤당 100달러에 이른다면 이 금액은 3~4배가 늘어날 것이다. 이쯤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요구하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혹은 이전에 일어난 기후 위기에 대한 선진국들의 손실과 보상 문제를 다시 거론해보자. 시행착오를 거쳐서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해낸 그들의 제품으로도 이익을 보겠지만 이미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한 애플사 등은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된다. 거시안적인 관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시뮬레이션하면서 ESG를 준비해야 한다. 넷제로와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 재난을 간과한다면 기후재앙보다 더 먼저 경제재앙의 그물에 갇힐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기존 우리가 쓰는 전기값보다 비싸다는 현실도 적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자체도 거시적인 안목으로 다시금 행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각 공공기관이 ESG 관점에서 스스로 평가하며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만이 ESG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도 머지않아 이 평가가 필수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영역 안에 기업과 기관, 소상공인들, 학교, 자영업자들을 ESG 측면에서 제도와 협력을 통해 도와야 한다. 더불어 이런 ESG의 구조 아래 그린플래이션 속에 폭풍처럼 휘둘릴 수밖에 없는 소비자 즉 일반시민인 우리가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의식 있는 소비자(시민)들이 ESG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움직임이 있다. 가정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며 올바른 삶의 방향성을 설정해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닌 환경과 사회 그리고 경영과 더불어 ESG로부터 파생될 경제문제까지 살피는 ESG 교육이 경주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동학정신이 의식을 완전히 바꾸는 동학혁명으로 이어졌듯이 세계적 흐름 속에 매몰되지 않고 한국적 ESG혁명의 불씨가 경주에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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