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따로 보아져 전체적인 ‘국제시장’을 만들지 않습니까? 이것을 디자인으로 보면 세부적인 디테일 하나하나가 전체적인 큰 그림을 만들지요! 시우디자인센터 노시우 대표는 천상 뼛속까지 디자이너다. 영화 이야기 좀 하자는데 결국 거기서도 디자인을 엮고 들어간다. 영화 스토리를 이야기로 보지 않고 디자인의 도구로 본 노시우 대표의 시각이 오히려 재미있다. 국제시장 속에는 적어도 열 개 가까운 큰 이야기가 녹아 있다. 흥남철수 장면, 남하한 부산에서 부대끼는 모습, 구두닦기 어린 시절, 희생으로 점철되는 청년의 모습, 탄광으로 간 독일 시절, 독일에서의 연애 이야기, 돌아와 국제시장에 정착하는 모습, 꽃분이 상점에 천착하는 노인의 모습, 이산가족찾기의 눈물 어린 모습, 모든 것을 내려놓은 화해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전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큰 그림이 윤제균 감독이 그린 레이아웃이라면 이것은 영락없이 디자인의 레이아웃과 일맥상통한다. 어느 것은 레이밍이 되고 어느 것은 캐치프레이즈가 되고 어느 것은 CI(Corporate Identity) 혹은 BI(Brand Identity)가 된다. 이런 레이아웃을 각각 떼어놓고 보면 여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 요소들이 살아 숨쉰다. 구두닦이를 스쳐 지나가는 정주영 회장과 앙드레 김의 이야기, 탄광광부가 되기 위해 쌀가마니를 들어 올리고 애국가를 열창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디테일의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이 얽히고 설켜 화면을 구성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작업들이 그에 맞게 뒷받침되어야 하지요. 어떤 것은 세밀하게 어떤 것은 과감하게 생략해야 하는데 이런 게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인 구성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노시우 대표의 설명을 영화로 옮기면 1400만 관객을 모아 흥행대박을 이룩한 국제시장은 그야말로 잘 짜여진 최고의 디자인인 셈이다. 노시우 대표는 요즘도 365일을 하루처럼 전국으로 디자인을 교육하러 뛰어다닌다. 전국 유수의 지자체 공직자나 농민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강의하고 필요에 맞는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농업을 돈 되는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지역에 맞는 특화작업과 디자인이라고 믿은 노시우 대표는 전국의 특산물이 어떻게 브랜딩되어야 하는지 꿰고 다닌다. 그게 자신만의 노하우로 작용해 또 다시 여러 지자체로부터 교육과 작업을 받아낸다. “그러니 제가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그걸 마냥 영화 자체로만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국제시장에서 노시우 대표가 가장 영감을 받은 장면은 어떤 것일까? “저는 요즘 가끔씩 유튜브를 통해 80년대 벌어졌던 이산가족 찾기를 찾아보곤 합니다. 그 장면을 보면 우리의 암울했던 역사를 다시 새겨볼 수도 있고 가족을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도 느낄 수 있거든요. 어쩌면 제가 한창 어린 시절 제 마음속에 각인된 가장 강렬한 기억인지도 모릅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무려 136일 동안 끊이지 않고 생방송 되었던 그 방송은 당시를 지나온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겐들 뼈아프게 새겨지지 않았을까? 그 당시 피켓을 내건 이산가족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벽보나 피켓이 눈에 띄게 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문구에서부터 글씨 색. 글씨 크기와 벽보 모양 등 온갖 것을 새롭게 보이도록 구성해야 했다. 노시우 대표가 그 방송들을 일부러 찾아보는 것은 고교시절부터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노시우 대표에게는 어쩌면 원초적인 향수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저는 아직도 그 엄청난 CG가 동원된 아바타를 보지 못했어요. 아바파2가 아니라 아바타1부터 말입니다” 뼛속까지 디자인으로 무장한 노시우 대표이기 때문에 영화 국제시장이 영화가 아닌 디자인의 요소로 비친 것은 오히려 당연하지만 가끔씩은 영화가 주는 그 자체의 편암함에 빠져 아바타도 보고 국제시장도 다시 볼 것을 권한다. 365일 디자인 강연과 작업 속에서 바쁘기만 한 노시우 대표이기에 해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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