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가 펄벅(1892∼1973)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늦은 가을의 경주를 찾은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경주에서 감나무에 매달린 몇 개의 홍시들이 까치들 파 먹으라고 일부러 남겨둔 ‘까치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의 따듯한 마음에 감동했다는 이야기다. 경주가 다른 지방에 비해 감나무를 많이 심는 지역이니 경주에서 생긴 이야기겠지만 이런 풍습은 감나무가 있는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펄벅이 한국인의 심성에 감동한 것은 까치밥에서 그치지 않고 소 모는 농부 이야기까지 미친다. 소에게 짐을 지어오는 농부가 모든 짐을 소에게만 지우지 않고 자기도 지게에 진 것을 보고 한국인들은 동물들까지 아끼는 고운 심성을 지녔다고 감동했다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고수레 풍습은 미물에게 까지 미친 한국인의 심성으로 손색 없고 굿에 쓴 음식을 동네어귀에 널어 두는 등의 풍습 역시 동물들과 교감한 사례다. 그 음식을 주워다 먹으면 부정 탄다고 해서 손대지 못하게 한 것은 동물들이 먹게 한 방책인 셈이다. 민담과 설화에는 개를 비롯해 범, 여우, 구렁이, 두꺼비, 꿩 등 우리 민족이 동물들과 교감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애완동물이 급속이 늘어나고 그 명칭조차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격상시킬 만큼 동물에 대한 우리 국민의 마음은 각별하다. 박전애 씨가 페이스북에 새들을 위해 나뭇가지에 사과를 매달아 둔 사진을 올렸다.   이유인즉 최근 시골집이나 폐가 리모델링 하는 유튜브 영상을 즐겨 보던 중 새들을 위해 작은 연못도 파고 새집도 만들어 주고 과일도 나뭇가지에 걸어주는 것을 보고 신박해서 따라 해보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동네 길고양이들을 오랜 기간 돌봐오던 박전애 씨라 그런 마음을 내고도 남았음직하다. 만약 펄벅이 다시 한국을 찾아 이번에는 사과까지 걸어놓은 모습을 보았다면 무어라 말할까? 시대는 변했지만 따듯한 마음을 가진 한국인 고유의 심성은 변하지 않았다고 감탄하지 않을까? 입춘도 지나 이제 봄바람 불 날을 기다리는데 박전애 씨 페이스북에는 이미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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