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호두, 단풍, 무화과, 유칼립투스 나뭇잎이 천 자락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생쪽풀의 옥색부터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발색하는 다양한 푸른빛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주시내에 위치한 갤러리카페 공감에서는 윤종순 작가의 천연염색 전시 ‘자연의 가치를 담다’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천연염색지도자협회, 백송지도사협회 회원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천연염색문화를 선도해 가고 있는 윤 작가의 첫 번째 천연염색 작품전이다.
길게 늘어트린 무명 원단에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용맹한 호랑이가 신년의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자작나무 숲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매화 향기 자욱한 잔잔한 호숫가, 가을을 수놓은 듯한 붉고 노란 정원이 괜스레 마음을 설레게 한다.
2012년 경북서예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문인화 작가로 먼저 이름이 알려진 윤종순 작가는 10여년 전 우연히 마주한 통도사 서운암 천연염색축제에서 오방색 품고 흩날리는 하늘 꽃의 항연에 매료된 것이 천연염색을 하게 된 계기라고 했다.
본가에 심어져있던 감나무와 너른 마당도 그녀가 천연염색을 하는데 한몫을 차지했다. 이후 천연염색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본격적으로 천연염색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녀다. 이번 전시 중 기자는 나뭇잎 모양을 천에 염색한 에코프린팅 작품이 흥미로웠다.
윤 작가는 “에코프린팅 기법은 나주천연염색재단에서 개발한 염색기법으로 나뭇잎과 꽃 등 식물을 천에 접촉시켜 증열처리에 의해 염색하는 기법”이라면서 “의류, 패션소품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 약품으로 인위적인 색깔을 입힌 것이 아닌 자연이 만든 순수한 색으로 우리의 정서를 한 층 돋보이게 하는 천연염색의 매력.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천연염색 세계에 무한한 감동과 매력을 느낀다는 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염색인 천연염색의 가치와 우수성을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천연염색의 다양한 기법 연구는 물론 문인화를 융합한 창작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시민들과 소통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종순 작가는 나주 천연염색 박물관 단체전, 통도사 하늘빛 축제 단체전, 백송지도사협회 단체전 등 꾸준한 고민과 노력으로 천연염색 작품활동을 선보여왔다.
현재 한국천연염색지도사협회, 백송지도사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한국미술협회, 남리먹그림집 회원으로 문인화 부문에도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2012년 경북서예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비롯해 전국 서예·문인화 공모전에서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매일서예대전, 경북서예대전, 신라미술대전, 고운서예휘호대전, 포항불빛미술대전, 국제유교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