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시대 어른들의 존엄은 함부로 범접하기 어려운 권위가 있었다. 오랜 삶을 통해 축적된 지혜와 몸으로 체득한 자연과의 교감이 다양한 방식으로 아랫 사람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노인은 급속한 사회변화와 새로운 기기의 사용에 적응하지 못한 채 끝없이 한쪽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눈부시게 발전한 것에는 현재 7~80대 노인들의 공헌이 그 어느 세대보다 눈부셨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해방 후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했던 나라를 세계 10위권에 오르게 한 발판에는 노인들의 피눈물 나는 역경이 숨어있다.   일제강점기의 모진 세상에 태어나 6.25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폐허나 다름없는 땅에서 피땀 흘려 개발도상국을 넘어 중진국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경제부흥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고 베트남전 참전, 중동건설, 독일 간호사 광부 등 당신들이 벌어온 돈은 대한민국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 자식들 조금이라도 더 공부시키려 애쓴 덕분에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수준을 이뤘고 그게 다시 선진국 진입의 힘이 됐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되고 나니 몸이 늙고 병들어 이 좋은 세상을 마음껏 누리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급속한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자식들의 의무마저 소홀해졌다. 존경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분들을 위해 다음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법과 제도로 노인들의 삶을 지켜 드리는 것이 고작일 테지만 그마저도 수시로 흔들린다. 권원수 씨가 황성공원에서 자원봉사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임인 ‘황성공원사랑시민연대’를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나이 드신 어른분들이 주축이 되어 정기적으로 공원 내 휴지도 줍고 부러진 나뭇가지도 치우시고 주변 환경정화운동에 앞장서고 계신다”고 소개한 권원수 씨가 “(모처럼 모두 모여) 단체 사진 찍으시기에 직접 가서 찍어드리고 건강하시라고 파이팅을 외쳐 드렸다”며 어른들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연세 드셨어도 시민을 위해 봉사하시겠다는 어른들의 인자함과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져 짧은 글 읽으면서도 고맙고 숙연해진다. 누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말하는가? 모두가 반드시 늙어가는 길에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참된 복지선진국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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