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으며 떠오르는 글이 있다. 공자가 논어 자로편에서 말한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섭공의 일화로 백성들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나 인구가 줄어들고, 세수가 줄어들자 걱정되어 물어본 말에 대한 공자의 답이었다. 이 말인즉 가까운 사람은 가볍게 여기거나 후순위로 여겨 제쳐두고 멀리, 밖에 있는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기거나 더 존중하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가정이나 기업경영, 비지니스, 친구 관계, 정치 각각의 분야에서 누구를 근자열의 대상으로 삼아 실천해야 할 것인가? 2023년 우리는 누구를 근자열(近者悅) 대상으로 삼고 실천해야 할까? 정말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최근 들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를 지우는 일이 종종 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을 뿐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 지도 모르는 분, 저장만 되어 있을 뿐 통화나 메시지 한번 나눠보지 않는 분, 아주 오랫동안 안부 나누지 않다가 어느 날 문득 연락와서 무례한 요청을 하거나 불필요한 문자를 보내는 번호를 삭제하고 있다. 그런 한편 비즈니스를 위해서 혹은 지식의 확장이나 심화를 위해서 새로운 분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며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고 보다 깊은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하고픈 분들과의 관계를 점점 더 구체화하고 있다. 살면서 큰 시련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동굴인지 터널인지 모르고 그 공간을 나오는데 오랜 시간을 보낸 나로서는 사람, 사람에 대한 믿음, 사람에 대한 사랑과 용서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특성’을 나타내는 영어 퍼스날리티(Personality)의 어원은 페르소나(Persona-가면)이다.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뜻으로 인간의 참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가 나름대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과 지식, 스킬, 경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난 것은 인생을 유리하게 사는 좋은 방편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인간관계를 통해 상처받고 고통받기도 한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기밴드에 올라온 하나의 글이 나의 머리 속으로 쏙 들어왔다. ‘빠삐따’란 신조어로 ‘빠지지 말고, 삐치지 말고, 따지지 말자’라는 의미란다. 단순한 듯하지만 은근히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단어다. 나도 가급적이면 나를 불러주는 것에 빠지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불러주는 데도 한번 두번 빠지다 보면 그 이후에는 불러주지 않을 것이다. 빠지는 일이 반복되면 ‘아, 저 친구는 당연히 또 빠지겠지’하고 연락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임에 가서는 마음을 넓게 먹고 사소한 말에 삐치지 않으려 신경쓴다. 참석자들의 숱한 주장들에 대해 죽자살자 따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기쁘게 해주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은 것이고, 마음을 평화롭게 가지는 일 아닌가? 그럼으로써 가까운 사람들을 더 가깝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석인성시(惜吝成屎)라는 말이 있다. ‘아끼다 똥 된다’는 속담과 같은 말이다. 가까이 있으면 귀한 줄 모르는 것은 사람이 소홀하기 쉬운 인지상정의 하나다. 가족과 친구, 늘 함께 하는 직장동료들의 소중함을 부지불식중에 놓치기 쉽다. 새해에는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분들을 먼저 배려하고 존중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자. 새 사람 찾는 것도 좋지만 지금 함께 있는 사람, 내 주변의 가족과 동료를 확실한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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