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밝았다. 해가 바뀌면 여러 가지 통계가 나온다. 몇 해 동안 가장 충격적인 통계는 출생률이다. 인구 감소로 인해 인구 절벽, 대한민국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충격적인 결과다.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격한 감소다.
중앙 정부를 비롯하여 소멸되어가는 지방정부에서는 현금성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세 아이를 낳은 아줌마는 고개가 갸웃해진다.“문제의 본질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개탄스럽다. 일반적인 출생 관련 통계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1위가 경제적인 이유다. 그러나 통계의 숫자만 보고 행간을 보지 못하면 현금성 지원만 하게 된다. 경제적인 이유라고 답한 이들은 이미 아이를 한두 명 낳은 이들의 답이다. 나 역시 아이를 더 낳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큰 이유다. 그러나 신혼인데 아이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고 더 안 낳는 이들의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부동의 1위는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한 친구는 어렵게 두 아이를 낳고 길렀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렸을 때 키워준 사람은 아이들이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의 조부모다. 어린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곳이 없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많이 좋아졌다지만 일하는 여성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불공정하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일하는 엄마에게 연락이 오고, 아이 때문에 갑자기 조퇴해야 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동료나 상사의 시선은 따갑다. 또한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 어느 것 하나 마음 편히,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조부모가 아이를 봐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꿈도 안 꾼다는 이들이 내 주변에도 많았었다. 아이를 낳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아이를 낳고 마음 편히 키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집값 안정? 중요하다. 경제적인 지원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다. 집에서 키우고 싶거나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엄마가 선택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말 중요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 년도 안되어 손목이 아프고 어깨에 탈이 났다. 쌍둥이가 태어나고 7개월이 되었을 때 결국 혼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엄마가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것은 고난이다. 누가 고난을 좋아하겠는가? 전업주부라도 아이를 집에서 키울 때 도우미가 필요하다. ‘라떼는~’타령은 정중히 거절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일 년 내내 해 뜨면 집 나가서 해가 지고 엄마가 밥 먹으라고 외치는 소리에 집에 들어갔었다. 어릴 적 기억은 안나지만 나보다 어린 동네 동생들도 어린이집 유치원 안 다니고 동네에서 같이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도 아니고 대다수가 다세대, 아파트에 살며, 집 나가면 자동차 등 위험한 것이 많다. 집안에서도 위험한 것 투성이다. 어린 아이에게 눈을 뗄 수 없다. 편리해진 만큼 위험한 것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전업주부라고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라는 것은 24시간 365일 긴장 상태를 유지하라는 말이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돌봄서비스는 전업주부와 일하는 여성의 편을 나누고 순위를 따진다. 돌봄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아이를 낳는다.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 떼를 쓰는 아이와 대치 중인 엄마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면 여자는 더이상 엄마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엄마를 배려하고 엄마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여자들은 엄마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고민 없이 돈만 뿌리는 정책은 결코 여자들에게 엄마의 길을 선택하라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