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은 소수 부자들의 자금운용을 통해서만 진행되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태동은 1960년대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인 Google 또한 벤처캐피털의 지원 아래 탄생한 기업이다. 회사의 가치가 미화 10억 달러(약1조2500억원)인 기업은 미국이 704개, 중국이 243개 등으로 가장 높고 한국도 일본을 제치고 22개 기업으로 9위에 랭크되어 있다.
필자는 중국 상해에 본사를 둔 마켓리서치 회사인 BCC글로벌에서 한국 및 동남아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포천 500대 회사, 대체 투자사인 글로벌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이다. 훌륭한 한국 기업과 투자기관들의 세계진출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고객사와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을 경우, 가슴이 벅차오르고 본업에 대한 감사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투자환경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벤처투자의 요람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중관춘(中關村) 같이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
몇 년 전 중국 베이징의 벤처캐피털 심사역 임원을 만나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투자한 회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한 적 있다. 한화로 6조가 넘는 펀딩을 굴리는 글로벌 벤처투자사의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탈한 투자자였다.
필자 : 투자환경이 힘든데 보통 주중에는 어떤 일을 하시죠? 중관촌 벤처투자심사역 : 주중에는 제가 최근 투자한 회사에 가서 그 회사의 CTO(최고 테크놀로지 책임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문제해결을 도와줍니다. 제가 중국 최대 포털인 Baidu(바이두)의 개발자 출신이라 테크놀러지 측면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합니다.
대한민국의 벤처투자업계는 향후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이러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었던 훌륭한 도서를 읽게 되었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의 ‘제로투 원(ZERO to ONE)-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를 읽고 벤처투자가의 정신과 투자자사로서의 신념과 전략에 대해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피터틸은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 유명 벤처기업에 초기 투자했으며 페이스북의 가치를 간파한 최초의 외부 투자자라고 한다.
이 책에서 피터틸은 2000년대의 닷컴 붕괴는 다수의 닷컴찬양에 이은 부풀림과 이에 따른 회사의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의 미비한 상황이 닷컴버블이 원인이었다고 비판했고 시장에서 독점을 선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피터틸은 ‘기업의 상품이 광고와 세일즈맨들에게 좌우되기보다 상품의 기술과 품질이 최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고객은 투자 시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풀어줄 기술을 지닌 기업을 제일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투자한 회사에 CFO(재무최고책임자)를 파견해 숫자만 보고 받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이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투자처를 발굴하고 피투자자와들과의 상생을 위한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며 상품 품질을 함께 고민하는 벤처투자 문화가 정착되어 투자자가 스스로 ‘갑’의 유치에서 떠나 ‘을’인 피투자들과 함께 ZERO to ONE(0에서 1까지) 바람직한 투자문화를 이끌어가는 수평적인 투자문화가 정착되기 바란다. 또한 제조강국에서 투자강국으로 거듭나 서방의 벤처투자에 초기 자금을 의존하지 않고 국내 벤처캐피탈이 선봉장이 되어 쿠팡과 같은 유니콘 기업의 한화 100조가 넘는 기업공개를 미국증시인 나스닥에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유니콘 제조대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본다.김세훈 씨 : ‘BCC글로벌’ 동남아 및 한국 대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투자 및 시장정보 전문가다. BCC글로벌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세계적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으로 40만명에 달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BCC글로벌 근무 이전 다우 존스 앤드 컴퍼니 및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근무한 국제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