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자 본지 1543호에 식모회 관련 기사를 본란에 실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던 김은정 씨를 비롯한 식모회 회원들의 ‘행복공유냉장고’가 첫 가동을 시작한 것을 보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기사를 쓰면서 식모회가 가사도우미들의 모임이 아닌, ‘경주에서 식당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모임’이라고 일부러 안내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제는 이 식모회를 많은 뜻 있는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식모회의 행복공유냉장고는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누구나 채워넣을 수 있는 냉장고라는 부분이 이채로왔고 그보다 더 ‘제약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냉장고’라는 발상이 신선했다. 이 행복공유냉장고가 눈에 띄지는 않으나 드러나지 않은 어려운 이들이 어떤 절차도 없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었을 것이다.
식모회 소식은 두어 달 동안 온갖 방송과 신문에 실렸다.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이 일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식모회 회원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냉장고에 물품을 채워주는 개인과 단체가 생겼고 이를 지원하는 동사무소의 활동도 늘어났다.
식모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역시 식모회 회원식당인 ‘새파란보스족발’에서 송년회를 열었다는 소식이 식모회 회장 김은정 씨 페이스북에 올랐다. 김은정 씨는 잠깐 ‘우리도 다른 이들처럼 큰 호텔에서 송년회를 하고 싶었다’면서도 그 경비로 이 추운 날에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시는 분들한테 다문 얼마라도 냉장고를 더 채워넣는 게 안 낫겟냐는 우리 회원분들과 뜻을 함께 하기로 해 지하도 공사로 오래 영업하기 어려웠던 회원사 족발집에서 송년회를 했다는 내용을 올렸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현수막이었다. 이 현수막에는 그간 행복공유냉장고에 도움을 준 40여명의 후원자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현수막을 경주시민들이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이처럼 진정으로 성대한 송년회가 치르진 것 역시 경주의 축복이다. 가히 2022년 송년회 중 가장 성대하지 않을까? 이 멋진 기적이 경주에서, SNS상에서 일어났다. 역시 SNS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