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한지로 만든 집의 이미지들이 마치 초인종을 누르면 금세라도 집주인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억과 행복,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 아래헌에서 크리스마스 특별기획전으로 이종한 작가의 초대전을 내년 1월 9일까지 선보이는 것. 창문과 골목길에서 새어 나오는 잔잔한 빛은 사람의 인기척을 암시하며, 따뜻하고 평온한 세상을 전달한다. 불 켜진 집들에서는 저녁을 먹으며 소곤거리는 소리, 자장가 소리, 자녀들과 대화하는 소리 등이 잔잔히 퍼져가며 하나의 집에서 동네 전체의 이미지로 이동한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이웃 간의 화목’ ‘관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집 시리즈를 발표하게 된 것은 2008년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 ‘아트&플레이 Funstar’전이 계기다.   일상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이미지, 즉 집이라는 단일 테마에 주력하기 시작한 그는 한지로 떠낸 집의 이미지를 비스듬히 쌓아 올려 마치 약간 퇴락한 달동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작품의 규모도 상당했고, 심혈을 기울인 연작이었다. 근작에서도 이 같은 성격이 이어져 겹겹이 쌓인 한지로 만든 집의 이미지들의 구성이다. 울퉁불퉁한 감정이 돌아가면 한지를 산다는 작가는 머릿속 추억의 필름을 한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집안에 사람을 넣고, 너와 그와 그녀를 닮은 집을 세우며, 내 작품 속 마을을 스스로 둘러본다. 동네 모퉁이 골목에 쭈그리고 않아 돌멩이로 땅바닥에 집을 그리고 나무를 그리고 하늘에 햇님과 비행기를 그리며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면서 어린 시절 무척 기뻐했다는 작가.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함께 모여 소꿉놀이, 숨바꼭질, 고무줄놀이를 하던 우리 마음속 있던 희미한 기억들을 오롯이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은 동네에서 훈훈한 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늘 변함없이 곁에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담아 가치로 만든다는 작가는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갖고 어린 시절 꾸어 온 꿈을 부슬 부슬 풀어진 한지에 쏟아 놓는다. 흙바닥이 아닌 물에 풀어진 닥종이를 가지고 색을 들이며, 여러 사람들의 집을 만들면서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추억하는 작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이종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과 다짐을 되뇌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호서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종한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회화과 석사, 서강대 대학원 영상전공 석사, 뉴욕주립대학 판화전공 석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대구, 부산, 뉴욕, 워싱턴, 뉴저지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 40여회를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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