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화려한 가야금 선율이 인왕동 양지마을을 가득 채웠다.
고청 윤경렬 선생의 장녀인 윤소희 동국대 명예교수의 ‘부모님께 올리는 헌악’에 아름답고 숙연한 감회를 자아냈다.
신라의 얼을 전승, 보전하고자 평생을 바쳤던 고청 윤경렬 선생의 기념관이 건립추진 20여년만에 문을 열었다.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려는 지역민들과 후학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고청기념관 건립이 재원조달 문제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어오다 우여곡절 끝에 개관한 것.
지난 19일 개관식에서는 옛 시절,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특히 고청기념관 한 켠에 마련된 모니터에서는 선생의 가족과 주변 지인, 신라문화동인회 사회활동 관련 자료들이 반복 재생돼 정겹고 푸근한 감성으로 저마다 아련한 기억을 소환했다.
고청기념관은 인왕동 양지마을에 고청이 생전에 기거하던 고택을 ‘고청생활관’으로, 그 옆에 새로 터를 닦아 건립한 ‘고청기념관’ 2동이다. 대지 400여평에 건평 83평(생활관 26평, 기념관 57평) 규모이며, 운영 주체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관리주체는 고청기념사업회가 맡고 있다.
이날 개관식과 함께 마련된 제4회 고청상에는 신라토기 명장 배용석 선생이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이 이어졌고, 또 개관을 기념해 금속 명장인 고 김인태, 토기 명장 배용석, 한국화 고 조필제 등 고청 선생의 제자 3인전 ‘빛으로 이어지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는 23일까지.
앞으로 고청기념관은 고청의 삶이 깃든 생활관에는 유품 전시와 학술, 토론 등의 사랑방 좌담회, 소규모 공연·전시회 등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고청기념관 초대 관장에는 경주문화원 부원장이자 경주학연구원장인 박임관 씨가 추대됐다.
박 관장은 “선생의 혼과 얼이 깃든 고청기념관의 관장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올해 선생의 23주기에 맞추려 했던 개관식이 준비과정에서 시일이 늦춰졌는데, 한파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세심하게 살펴 자원봉사 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념관의 의미를 숙지해서 정신적 유산을 계승 발전해나가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념관은 고청의 교육자이자 문화 예술가적 활동의 자취를 담은 공간으로 활동상을 담은 사진과 고청 저술 서적, 토용 등 미술공예품 전시 및 판매, 체험 공방 등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또 문화유산국민신탁 기관의 업무와 역할을 홍보하며,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의 중요성과 가치와 아울러 경주남산의 보호와 문화재에 대한 가치 인식 교육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족을 대표하여 윤소희 교수는 “지난 23년, 순탄하지만 않았던 시간을 한결같은 뜻으로 지켜주신 김윤근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관을 위해 수고하신 분들의 헌신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 이 뜻깊은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기념관은 부모와 아이들이 우리의 얼을 담아 가고, 생활관은 이를 이어나갈 사랑방이 되길 희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윤근 고청기념사업회장은 “그동안 고마운 분들의 지극한 정성들이 모여 늦게나마 이토록 아름다운 일들을 이룩하게 돼 기쁘다”라며 “학자적 고고함과 스승의 자상함으로 문화와 예술을 찾아 가꾸고 가르쳐 주신 고청 선생 기념관을 활짝 펼쳐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청기념관 운영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또, 자원봉사 체제로 고청문화해설사를 조직해서 교육 이수 후 관람자 안내와 관리를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