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경주의 관광객 숫자를 한 이동통신이 빅데이터를 통해 3955만명, 즉 4000만 시대라 분석했다. 4000만의 논란을 떠나 펜데믹 이후 해외로 나가지 못한 관광수요가 국내로 기울며 많은 수의 관광객이 경주를 방문하고 있다. 전통 관광지인 불국사, 동궁과 월지 뿐만 아니라 황리단길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고 있다. 전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캐서린 하킴이 2010년 옥스퍼드대학교 저널 ‘유럽사회연구(European Social Research)’에 발표해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논문 「매력 자본(Erotic Capital)」에서 ‘매력 자본’은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에 이어 현대 사회를 규정하는 제4의 자산이다. 캐서린 하킴은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능수능란한 사교술과 유머, 패션 스타일, 이성을 다루는 테크닉 등 사람을 매력적인 존재로 만드는 이 모든 자원은 일상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라 주장했다. 도시도 사람처럼 일반적인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이 있다면 경주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조용한 권력인 매력자본이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경주에 관광객 숫자가 엄청나게 유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타 도시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점을 바탕으로 한 관광객 숫자에서는 경북 강구항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관광지 검색순위에서는 에버랜드, 현대백화점, 속초관광수산시장, 신세계백화점이 수위에 올라 있다. 방문자 체류 특성을 보면 경주를 비롯한 경북은 체류시간이 길고 평균숙박일수는 적은 유형의 관광객들이 많다. 연령층에서는 4~50대 집중방문지역은 신안군과 임실군, 울릉군 순으로 방문지역이 많다. 관광객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이 핫플레이스가 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이동통신 데이터와 카드를 통한 지출규모를 살펴보면 제주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해운대, 경주 순이다. 경주에 오는 관광객들은 제주나 해운대에 지출하는 경비의 1/3에서 1/2 정도다. 체류기간이 긴 제주와 대형 쇼핑몰이 받치고 있는 해운대와 그렇지 못한 경주의 특성이 이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형 쇼핑몰과 컨벤션센터 유치가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운대와 같은 방식은 경주에서는 무리다. 그렇다면 제주도처럼 체류기간을 늘이는 방법밖에 대안이 없다. 소비측면에서 속초관광시장처럼 성동시장과 중앙시장에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수 있는 매력적인 요인들을 찾아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신라시대의 유적을 바탕으로 한 관광이 주였던 시대에서 이제는 황리단길이라는 탈신라화된 관광지에 젊은이들이 모이고 있다. 관광객들의 느낌도 상당부분 변화되고 있다.   필자와 비슷한 시대에 경주로 수학여행 온 사람들의 추억은 불친절과 맛없던 도시락으로 경주를 추억하지만 지금은 경주 시내에서 가장 낙후되었던 동네 중 하나였던 황리단길이 상업지역으로 부상하며 전국의 젊은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황리단길이 경주의 가장 매력적인 장소가 된 이 현상을 도시 전체로 확대해 경주만의 매력자본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있다. 황리단길의 성공은 신라나 유적 같은 경주의 역사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란 점이다. 한옥이 중심이 되었다고 해서 꼭 한옥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황리단길을 찾는 젊은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를 원한다. 핫플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장소는 그곳에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해 이를 SNS 등을 통해 알리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경주라는 여행의 장소 속에 자신들의 삶이 스며든 매력적인 도시 경주가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경주가 어느 도시도 가지지 못한 제4의 자산인 매력자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세대별로 그 욕구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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