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 한 명이 나타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 적이 있는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억만장자가 경주에 큰 회사를 짓고, 지역 청년들을 전부 채용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귀갓길 어두운 밤이 무서운 사람이라면 당신을 지켜줄 거미 소년이 줄을 타고 나타나 주길 소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주시 청년들에게까지 신경을 쏟아 줄 전지전능한 히어로는 없다. 나는 현재 경주시청년센터가 운영하는 청년정책단 ‘경청’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달마다 모여 경주시의 숙원사업인 ‘경주 ‘희망 무지개’ 7대 청년 정책’을 공부하고, 다른 지역 정책과 비교하여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토론한다. 또, 실무자들에게 청년 정책을 건의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행사에 참석하거나, 청년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년정책단의 수는 고작 열 명 남짓이다. 우리가 아무리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봤자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특히나 경주시가 기획하는 청년을 위한 행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이들을 만날 때가 그렇다.
주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몰라서 참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러 좋은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도 왜 참여도가 저조할까 단원들과 고민해보면 늘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홍보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서 사람만 모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기업이다.
이와 달리, 시가 운영하는 행사는 사람을 모으는데 예산을 다 써버리면 정작 모인 사람들에게 줄 것이 없어진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하는 것, 이것이 현실이다.
경주시청년센터에는 카페처럼 꾸며진 쉼터에서 무료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하는 청년, 회의실을 대관해 면접 스터디를 하고, 면접정장무료대여 ‘첫단추’ 프로그램을 통해 대여한 정장으로 면접에 가는 취업준비생, 공유주방을 대관해 요리실습을 하는 청년창업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뿐인가, 무료 심리상담이나 창업컨설팅, 매달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간절하고 절실하게 지원을 원하는 청년들은 이미 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경주시의 청년들이 가진 문제를 그 절실한 이들이 가져가는 혜택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경주 ‘희망 무지개’ 7대 청년 정책은 ‘청년 희망경제 프로그램’, ‘청년 복지행복 하우스’, ‘청년 문화예술 르네상스’, ‘지역대학 청년상생 플랫폼’, ‘청년 농·어부 희망 디딤돌’, ‘청년 화랑고도 커뮤니티’, ‘청년 氣(기) 살리기’로 구성되어 있다. 7대 정책 중 ‘청년 화랑고도 커뮤니티’, ‘청년 氣(기) 살리기’ 두 정책은 청년센터를 활용한 청년 커뮤니티 형성과 청년 행정참여 책임제를 통한 지역 청년들의 주인의식 고취를 골자로 한다.
이는 커뮤니티의 회복과 정치적 무관심의 해소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경주시도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주시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행정 수장의 정치력이나 탁월한 정책, 실무자들의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를 위해 모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대표하여 목소리는 낼 때, 서로의 히어로가 되어줄 수 있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에서부터 시작해야 풀린다.
“청년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청년 문화 형성 및 청년 정책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청년정책단 발족의 의의다. 202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 행복한 소수가 그 시작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