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야구 영웅 ‘독고탁’이 돌아왔다. SNS상에서 온갖 일이 다 일어나지만 독고탁이 다시 부활해 활동 중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독고탁은 만화가 이상무(1946~2016) 화백이 남긴 인기 만화 주인공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만화였던 독고탁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지금의 50대~후반, 60대들에게는 ‘소년중앙’이라는 종합 아동잡지와 함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이상무 화백은 독고탁을 자신의 분신처럼 아껴 온갖 만화 작품에 주인공으로 올려놓았다. 독고탁은 덩치가 아주 작은 까까머리 중학생이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온갖 어려움을 다 겪고 사는 힘겨운 학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놓치지 않고 맞닥뜨린 상황 속에서 부지런히 자신을 이겨나가는 굳센 주인이기도 하다. 독고탁 시리즈에 등장하는 탁의 누나나 탁과는 반대로 거구인 친구 조봉구, 라이벌 역할의 잘 생긴 미남 김준 등도 인기 있는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들이 여러 편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태양을 향해 쳐라’는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오매불망 기다리는 연재만화였다. 독고탁은 어린이들에게 우상 같은 존재였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투지는 많은 감동과 영감을 안겨줬다.
그런 독고탁이 마포구청에 주민등록신고를 하러 들렀다. 이건 무슨 일? 독고탁은 서울시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에서 주민소통을 위해 만들어낸 캐릭터다. 지난 12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는 ‘독고탁’이 나타나 전입신고를 해달라고 떼를 써 주목받았다. ‘이름과 생년월일은 있는데 주민번호가 없어 전입신고가 안 되니 주민등록을 해 달라’고 떼쓰는 장면이었다. 구청 담당자가 주민등록번호 없이는 곤란하다고 난처해하니 그렇다면 구청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다시 떼쓴다. 이 결과가 어떤지는 유감스럽지만 결론 나지 않았다.
이번 독고탁의 등장은 ‘꼬마꼰대’라는 닉네임을 하나 더 얹었다. 꼰대라는 이름이 가지는 이미지로 보건데 독고탁이 구청업무 전반에서 주민들을 대변해 입을 대지 않을까 추측된다. 그러고 보니 독고탁에 열광하던 세대들은 이제는 꼰대로 불리는 세대가 됐다. 지난 2019년 4월 EBS TV에서 펭수가 나타나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듯 ‘독고탁’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캐릭터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