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사(望德寺址)에서의 상념(1) - 사천왕사지, 선덕여왕릉 그리고 인도여행
지난 11월 17일 낮에 망덕사지(望德寺址)를 찾아 사천왕사지와 선덕왕릉이 있는 낭산쪽을 바라보았다.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왕(본명은 김덕만). 재임시에 흥륜사와 영묘사(지금의 흥륜사)를 준공하고 첨성대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히 삼국유사에 기록된 `선덕왕이 미리 알아낸 세 가지 일`로 더 유명하다. 첫째는 공주시절 당나라의 `모란꽃씨 선물과 함께 온 모란꽃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음을 보고 향기없는 꽃임을 알아 맞추었고, 둘째는 여왕시절 영묘사 옥문지(玉門池)에 개구리가 모여 며칠 간 우는 것을 보고, 서쪽 산 골짜기에 숨어 들어온 적군을 알천,필탄 장군을 보내 몰살시킨 그 유명한 `여근곡(女根谷) 설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셋째는 선덕여왕이 건강할 때 신하들에게 "짐이 아무해 아무 날에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 가운데 장사지내라"고 하였고, 신하들이 "도리천이 어느 곳입니까?" 하니까 "낭산(狼山) 남쪽이니라"하셨고, 정말 왕이 예언 한 날에 죽어서 신하들이 낭산 양지바른 곳에 장사지냈다 한다. 자신의 죽을 날을 예측한 것이야 물론 신통하지만, 낭산 남쪽이 어떻게 불경에 나오는 `도리천`이냐가 문제다. 선덕왕이 죽은 뒤 10여년 후에 문무왕이 당나라의 침입을 물리치고자 호국사찰 사천왕사를 선덕왕릉 아래 부근에 지었고, 불경에는 "사천왕천(四天王天)의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했으니, 그제야 선덕여왕의 신령하고 성스러움을 후대에서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선덕왕릉의 안내판에는 " --(중략)-- 불경에는 사천왕사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했으니---"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다. 사천왕사(寺)가 아닌 사천왕천(天)이 옳은 표기일 것이다. 망덕사지의 주춧돌에 서서 낭산을 바라보면, 낭산 남쪽 봉우리 소나무 숲속에 어렴풋이 선덕왕릉이 보이는듯했고, 그 아랫쪽에 사천왕사지가 보인다. 선덕왕릉, 사천왕사지, 망덕사지, 그리고 남천(南川)을 잇는 낭산의 지형적 단면도를 보면서, `낭산을 불경에서의 수미산(須彌山)으로`, `사천왕사(四天王寺)터를 불경의 사천왕천(四天王天)으로` 비유하면, 자연스럽게 선덕왕릉을 불경(佛經)에서의 `도리천`에 비유할 수가 있다. 선덕왕이 후에 사천왕사의 건립을 미리 알았는지, 낭랑법사가 선덕왕의 예언을 존중하여 `선덕왕릉을 수미산의 도리천`으로 가정하고 그 아래에 사천왕천에 비유되는 사천왕사라는 이름의 호국사찰을 짓자고 문무왕께 건의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망덕사지 주춧돌에 서서 낭산(狼山)을 바라보면 내 마음은 어느새 인도의 우주관으로 날아간다. 고대부터 인도인들은 `수미산(須彌山) 중심의 우주관`, 즉 수미산을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28天의 하늘이,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을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33天의 하늘이 조성되어 있다는 우주관을 가졌다. 수미산은 4개의 층, 즉 견수,지만,향교,사천왕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모두를 통칭 사천왕천(四天王天)이라 부른단다. 망덕사에서 고개를 서쪽으로 돌리면 남산이 보인다. 선덕왕은 `낭산을 수미산으로` 보았지만, 많은 신라의 민초들은 `남산을 불경에서의 수미산으로` 보고 각 봉우리마다 불탑을 그토록 많이도 세웠단 말인가?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 위에는 허공의 하늘이 있는데, 욕계6天(사천왕천,도리천과 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이라는 4개의 허공하늘), 그리고 色界18天, 無色界4天하여 도합 28天이다. 석가모니 부처도 현세에 태어나기 전에는 도솔천에 머물며 수행했다고 한다. 인공위성이 우주로 발사되는 시대에 `불교에서 말하는 도솔천`과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과학적 무신론자들도 있지만, 인간의 시각능력으로는 볼 수 없는 색깔(色)의 도솔천과 천당이 있을 수 있다. 인도의 우주관엔 28개의 하늘 중 색이 없는 무색계(비물질계)도 4개나 있다고 했으니, 색계도 다 못보는 인간이 어떻게 무색계를 본단 말인가? 참 이래서 종교란 영원할 것이다. 시간나면 망덕사지(望德寺址)로 가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펼쳐놓고 좌우를 둘러보며 명상에 잠겨보자.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고대인도의 우주관으로 사고여행도 다녀오면 이보다 더 기쁜 문화답사가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