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는 유해동물일까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고라니는 분명히 유해동물, 더 정확히 ‘유해야생동물’에 포함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에 따르면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등은 연중 어느 때나 해로운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는 시기에 따라 해로운 동물로 등록돼 있다. ‘해롭다’고 판단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피해사례나 포획 신청 등을 고려해 포획 시기를 정하도록 규정해두고 있다. 다시 말해 어느 때는 보호동물이 될 수도 있고 어느 때는 유해 동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습게도 ‘다람쥐와 청설모에게 도토리를 양보하라’는 현수막과 반대로 청설모는 유해야생동물에 포함돼 있고 심지어 아무 때나 마구 잡아도 되는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돼 있다. 어느 쪽이 됐건 유해성은 다분히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한 근거다. 따지고 보면 유해 조수가 생긴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로 어느 동물은 과하게 잡거나 몰아내면서 보호동물이 되고 어느 동물은 그에 따른 천적이 사라지며 지나치게 늘어나 해로운 동물이 됐을 따름이다. 지난 12월 1일 엄필란 씨가 페이스북에 고라니로 인해 망쳐버린 배추밭 사진을 올렸다.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담겠다고 유기농법으로 키운 배추를 고라니들이 밤새 달려들어 다 뜯어 먹어 초토화된 밑둥만 남았다. 상황을 보면 고라니들은 유해야생 동물이지만 오죽하면 인가로 내려와 배추밭을 망쳤을까 싶어 측은하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공유됐기에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이 이구동성 복 받을 것이라 축원하지 않았을까?   엄필란 씨 역시 “은혜받기 전에 내가 먼저 굶어죽을 것 같다”며 너스레 떨어도 고라니를 크게 책망하지 않는 눈치다. 야생동물이 힘겨운 겨울철, 그와 함께 사람들이 해를 입는 계절, 함께 살아가는 묘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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