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의 뜻을 따라 은행나무숲을 가꾸어 왔습니다. 덕분에 이곳이 전국적인 명소가 됐고 지역 주민들도 조금의 혜택을 받고 있죠. 하지만 저는 주민들의 조망권(일조권), 토지 매입 등 피해보상 요구로 많이 지쳤습니다. 오로지 마을에 도움이 되고자 매년 수익도 없이 사비로 은행나무숲을 가꾸어 왔는데 주민들에게 피해보상 등 비난까지 받으니 자괴감까지 듭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가꿔 온 소유주 김 모 씨는 수년간 주민들의 민원으로 속앓이하고 있다. 그는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가꿔온 은행나무숲을 모두 베어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철 단풍 명소로 주목 받는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이 주민 민원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주변 주민들은 은행나무로 일조량 부족으로 작물 피해가 있다며 소유주에게 은행나무 벌목 등 민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또한 민원 제기와 함께 인근 농지에 대한 수년간의 보상액을 지불하라며 현 시세보다 높은 토지 매입을 요구해왔다. 소유주 김 씨는 지속된 민원으로 올해 초 은행나무숲 일부를 베어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은행나무숲 중 주변 농지와 가까운 500평 등에서 은행나무 1000여 그루가 잘려나간 것.   그는 “잘려나간 나무는 수령이 50년 가까이 된 나무가 많았다. 특히 숲이 곡선을 이뤄 포토존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던 숲이었다”면서 “아름다운 숲이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원으로 어쩔 수 없었지만 심고 가꾸고 벌목하는 것 모두가 비용이다. 은행나무숲 조성으로 수익은 하나도 없지만 비용에 민원까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숲 사라지면 공영주차장, 둘레길 등 조성 ‘무용지물’ 우려 민원이 지속되자 소유주는 은행나무숲 전체 벌목까지 고민하고 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조성으로 주민에게는 소득 창출의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7000여평에 8개 군락지로 이뤄진 은행나무 숲이 유명세를 타면서 지역 주민들은 농산물 직거래와 먹거리 장터 운영 등을 통해 수익에 보탬이 되고 있다. 또한 지역 땅값도 덩달아 오르면서 은행나무숲이 지역 중요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소유주는 아무런 소득 없이 수십 년을 관리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민원까지 제기되자 은행나무 벌목을 고심하고 있다. 소유주 김 씨는 “민원으로 매년 벌목하는 곳이 늘어난다면 결국 은행나무숲은 사라지게 된다. 또한 보상금 등 민원이 지속된다면 차라리 숲을 모두 없애고 수익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나무숲이 사라지면 시가 조성한 은행나무숲 연계 사업도 타격을 받게 된다. 시는 도로마을 은행나무숲에 관광객이 몰리자 관광객 편의 등을 목적으로 도리1리 공영주차장을 2020년 완공했다. 토지 보상비와 공사비 등 5억2000만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은행나무숲이 사라지면 공영주차장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된다.   지역 주민은 “주차장은 주말 관광객이 아니면 텅 빈 곳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은행나무숲이 사라지면 경주시장의 민선 7기 주요 공약사업인 심곡지 둘레길 조성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심곡지 둘레길 조성사업은 예산 55억원을 들여 길이 2.5km의 둘레길과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과 연계해 명품 둘레길로 만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자체, 사유재산 지원 사례 검토 중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소유주 김 씨는 지난해부터 이러한 사실을 경주시에 알리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시는 피해를 제기한 주민 농지를 매입하는 등 민원 해결을 약속했지만 결국 아무런 대책이 없어 결국 은행나무 벌목으로 이어졌다. 최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민원 요구가 커지자 시는 소유주와 면담을 통해 민원 해결에 나서고 있다. 시는 7000여평에 50년생 은행나무숲 조성으로 유명 명소로 부상했으나 마을 주민들의 보상금 요구로 관리 어려움을 겪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소유주가 제초와 가꾸기 사업 등 관리비용 증가와 함께 민원 증가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커져 숲 위탁관리 등을 요청해 왔다”면서 “사유재산을 공적 관광자원으로 매입한 사례가 있는지 사례를 검토하는 등 민원발생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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