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일본인 우메하라[梅原末治]는 경주 봉황대(125호분) 남쪽의 지름 16m정도 되는 소규모 원형 고분을 발굴했다. 금관의 드리개에 방울이 달려 있어서 무덤의 이름을 금령총(金鈴塚, 127호분)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 고분의 주인공은 약 1500년 전인 5세기 말~6세기 초에 살았던 왕자(?)로 여겨지는 5~6살 ‘알라(童)’로 추정되었다. 그것은 나무관의 크기, 금관의 크기, 금허리띠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작아 잠든 주인공의 키는 90~100㎝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고분에서는 말탄 인물상(기마인물형토기)도 2구 출토되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2023년 4월 중순까지 어린 영혼의 길동무란 수식어를 달고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 특별전을 열고 있다.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부지를 발굴할 때 10m 깊이의 통일신라시대 우물 속에서 동물 뼈, 과일 씨 등과 함께 10살 전후의 ‘알라(童)’ 뼈도 수습되었다. 문득 트로트(trot) 제목처럼 ‘니가 왜 거기서 나와’가 머릿속에 맴돌기 충분했다. 1000년이 지났어도 유골의 모습은 완전하였지만 왜 우물 속에 있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풀 확실한 근거는 없었다. 제물로 희생되었다거나 실수로 빠져 죽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갈리었다. 설마 신라인들이 ‘알라’를 제사의 희생양으로 삼았을까? 목이 말라 허리를 구부리고 두레박을 올리다가 그만 곤두박질쳤을까? 발굴을 통해 드러난 신라시대 두 ‘알라’는 짧디짧은 생을 살고 요절하였기에 가슴 아프다.
‘알라(童)’라는 말은 경주를 비롯한 경상도에서 쓰는 토속어로 어린아이를 일컫는다. 한반도 북쪽으로 갈수록 ‘얼라’에 가깝게 발음한다. 반면에 ‘알라(Allah)’는 이슬람교의 유일신이다. ‘알라(童)’는 곧 ‘아동(兒童)’이다. 나이로는 유치원에 다닐 나이인 6세 정도에서 12~13살까지의 어린아이이며, 신체적이나 지적으로는 미숙한 단계에 있는 사람이다. 법률적으로는 아동복지법에서 18세 미만의 사람을 이르고 있다. 같은 뜻의 ‘어린이’가 있지만 최근 들어 어른이나 성인에 대비된 낮춤말이라 하여 ‘아동’으로 바꾸어 부르는 경향이 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경주도 이미 인구소멸도시에 포함된 암울한 시기에 ‘알라(童)’를 ‘알라(Allah)’신처럼 받들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경주는 지난 5월 유엔아동기금 즉, 유니세프(unicef)로부터 ‘아동친화도시’(CFC:Child Friendly City)로 인증받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CFC인증을 받은 도시의 수가 지금까지 80개이며, 인증을 받기 위해 추진 중인 지자체가 36개나 되니 인증받기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경상북도 내에서 현재 인증받은 지자체가 경주시와 더불어 구미시, 영주시, 칠곡군 등 4개 시·군에 불과할 정도로 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의 의미는 크다.
‘아동친화도시’는 유니세프가 지방자치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 또는 지역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비차별원칙(제2조), 아동 최선의 이익(제3조), 생존과 발달의 권리(제6조), 아동의견 존중(제12조) 등 4가지 일반 원칙을 기반으로 아동권리 보장에 필수적인 10가지 구성요소를 갖춘 지역사회를 아동친화도시로 인증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인 영향평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성과를 파악하고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한다.
경주시에서도 전담 부서를 두고 ‘아동’이 우대받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널리 자랑할 만하다. 그동안 시민, 아동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하였고 이를 토대로 11월 중순에는 경주시청에서 ‘경주시 아동정책 토론회’도 열었다. 당사자인 아동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100여명의 원탁회의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여 아동친화도시 경주로 더욱 우뚝 서고자 하는 도약이었다. 여기서는 아동을 위한 정책수립이나 시설물 설치시의 의사결정에 아동의 참정권을 달라거나 어른의 생각으로 아동을 위한다는 명목의 결정을 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경주시 주민등록 인구통계로 올 10월말 현재 인구가 25만명 아래로 떨어졌다.(249,928명) 법률적으로 아동에 해당하는 0∼18세까지의 인구 비율은 13%(32,466명)이며,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4.6%(61,478명)이어서 UN 분류기준으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에 접어들었다. 노인에게 집중되다시피 한 복지정책의 일례는 경로당 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시청에서 관리하는 공영 경로당이 633개에 이르고 미등록 경로당도 70개소나 되며, 이들 시설은 모두 실내 공간을 둔 건축물로 쉼터나 운동·놀이시설은 제외된 숫자다. 반면 어린이 놀이터는 자체 관리하는 아파트 구내 놀이터를 제외한 공영 놀이터 수가 65개소에 그치고 있을뿐더러 모두 실외 노천공간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경주시 직영으로 공동육아 나눔터를 6개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취학 아동으로부터 2세까지의 아동과 보호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실내시설로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과 성장 단계에 따른 놀이 프로그램, 부모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구소멸도시이자 초고령도시 경주는 이제 아동친화도시에 걸맞게 아동을 신처럼 받드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우선 비바람과 눈보라를 피해 마음껏 놀 수 있는 안전한 실내 놀이터를 확충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