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오솔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하트 문양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맨발 걷기 전도사로 알려진 지연화 씨가 옥녀봉을 향하는 등산로에 하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0월 17일부터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때부터 지연화 씨는 길가의 자갈이나 조약돌, 솔방울을 모아 하트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려왔다. 가로 세로 80센티 정도의 크기로 만든 하트에는 가운데 날짜를 써놓고 이를 산에 오를 때마다 바꾸어온 정성이 남달랐다.
이를 본 페이스북 친구들이 그 작은 정성에 환호했음은 당연한 일, 페이스북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산에 오르다 이 하트를 만나면 마음이 따듯해질 것이라 입을 모았고 지연화 씨의 정성에 칭찬과 박수를 보냈다. 이에 감사하듯 지연화 씨는 어느 날에는 날짜 대신 ‘감사’라는 글을 써 놓아 다시 훈훈한 마음을 더했다. 때로는 하트 속에 작은 하트를 그려 넣기도 해 지연화 씨의 하트는 점점 더 세련미와 재미를 더해 갔다.
그러다 이 하트에 테러를 가한 사건이 생겼다. 누군가 발로 짓밟아 하트를 부숴놓은 것이다. 지연화 씨가 올린 부서진 하트를 보는 친구들은 일제히 화가 나 규탄했다.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느냐? 정말 나쁜 사람이다! 벌 받아 마땅하다. 사이코다! 등의 댓글들이 일제히 붙었다.
그렇다고 지연화 씨의 하트가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연화 씨는 다시 하트를 만들어 옥녀봉 길을 장식했다. 그러다 며칠 후 또 다시 하트를 부숴놓은 것을 알았지만 또 다시 하트를 만들었다. 가장 최근의 하트가 11월 현재 28일에 만든 하트다. 큰 하트에는 작은 하트와 함께 11월 28일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선한 사람들로 인해 아름다워진다. 지연화 씨의 작은 마음은 분명 옥녀봉을 향하는 많은 사람에게 따듯한 감성과 여유, 하트 만큼 포근한 사랑의 마음을 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하트를 짓이겨 놓았던 그 사람에게마저도 지연화 씨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을지 모른다. 옥녀봉에 그려진 하트는 솔방울과 조약돌이지만 어떤 보석보다 빛나고 아름다운 하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