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령(南嶺) 최병익 선생의 전시회가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최병익 선생이 코로나19기간 동안 한편으로는 유학에 심취하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서예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한 고심(苦心)을 여실히 보여주는 전시장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불교계 원로 스님들과 추사 김정희 선생 연구 관련 인사들, 서예계 인사들과 경주 관련 인사들이 다양하게 참석했고, 특히 경인미술관을 찾는 일반 관람객들이 다수 방문하며 다양한 관심을 드러냈다. 23일 오후 3시에 열린 개막기념식에서는 최병익 선생의 글씨와 그림들에 대해 각별한 예찬들이 쏟아졌다.  오랜 기간 최병익 선생과 교유하며 작품들을 보아온 삼천사 성운 스님은 “추사체를 구사하면서도 다른 서예가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친밀하고 친절함이 젊은 세대의 기호에 맞는 작품으로 태어났다”고 칭송했다. 또 추사박물관이 있는 과천문화원 원장이자 전국문화원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수 회장은 추사 김정희 선생 및 추사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에서 최병익 선생과의 오랜 인연을 소개한 후 “추사 선생께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남령 선생의 글이 추사체를 뛰어넘어 남령체를 만들었다”며 격찬했다.  또 선무도 총본산인 골굴사 적운 스님은 “남령 선생은 저의 서예 스승이시다”고 소개한 후 “60년 동안 무예를 수련한 입장에서 서예는 무예의 신법과 일치한다고 보는데 훌륭한 스승을 만나 서법을 공부하고 있어서 감사한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과천 소재 추사박물관의 허홍범 학예사도 참석했다. 허홍범 학예사는 우리나라 추사 연구에서 가장 독보적인 학자로 최병익 선생에게 자주 추사에 관련한 자료를 보내주며 돈독한 인연을 쌓아 온 연구가로 알려져 있다. 허홍범 학예사는 마침 전시 중인 작품 중 ‘자신불(自身佛)’과 추사선생의 작품인 ‘자신불’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예찬했다.  특히 허홍범 학예사는 “전시장을 둘러보니 붓글씨를 쓰고 조작보를 앉혀 서예의 현대적인 선례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추사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자유롭고 밝은 성정을 느꼈다”고 예찬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최병익 선생에게 경주고 선배이기도 한 한주식 회장은 지난번 최병익 선생이 ‘연꽃마을’에 작품을 희사해 나눔을 실현한 것을 격려한 후 지산그룹 사훈인 ‘걸림돌을 디딤돌로’라는 편액을 선물했던 남령선생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이번 방문으로 ‘서예에 대해 무지한 걸림돌을 새로운 공부의 디딤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유의 구매자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불천노’ 구매도 !! 이번 전시회는 다양한 이유로 작품이 판매되어서 특히 눈길을 끈다. 서예를 공부하는 세무사 손원호 씨는 남령 선생이 추구하는 추사체의 조형성에 매혹돼 작품 삼락(三樂) 등 2점을 구매했다. 역시 서예에 관심을 가진 변리사 황병도 씨는 사무실 직원들의 안녕과 발전을 추구하는 의미에서 아홉 마리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나무 그림을 구매했다. 조계종 호법부장 현민 스님은 중생의 덕행을 강조하며 작품 ‘덕(德)’을 샀다. 남령 선생의 지난번 서울 전시회에서 포스터에 타이틀로 나온 문자도를 샀던 최정윤 씨 부부는 이번에도 타이틀인 ‘부지노지(不知老至)’ 작품을 구매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작품 불천노(不遷怒)를 구매한 것.  주호영 대표는 작품을 구매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화’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 지나쳐 우리 사회가 과도한 갈등에 휩싸인다고 경계하며 이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작품을 산 다수의 구매자들은 남령 선생의 글씨와 함께 조각보라는 특별한 시도가 신선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편 전시회 이틀째인 24일에는 서울에서 서예의 현대화 작업에 매진 중인 박진우 작가가 방문해 최병익 선생과 서예에 대한 담론을 나누기도 했다. 최병익 선생은 자신의 작품들에 드러난 서법에 대해 설명했고 박진우 작가는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과 최근 작업한 3.5미터 짜리 대형 먹탑 작품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눴다.  특히 박진우 작가는 남령 선생의 낙관을 보며 남령의 령(嶺) 자에서 매산(山)을 일부러 찍지 않은 것을 가르키며 ‘산이 무거워서 떼어내신 것이냐?’고 물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꼼꼼히 작품을 살핀 예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령 선생은 박진우 작가가 돌아간 후 ‘젊은 후배가 이처럼 특별한 작법으로 서예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은 우리나라 서예 발전을 위해 매우 고맙고 다행한 일이다’며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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