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루가 별일 없이 무탈하고 평화롭게 시작되고 마무리됨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행복인지를 실감하고 있다. 어릴 적 동네 인사가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진지 잡수셨습니까?’이었는데, 이 인사가 우리의 안녕과 행복을 담은 가장 근원적인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경주 소식을 검색하면서 그중에서도 사건사고와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관련 기사에 습관처럼 중점을 두게 된다. 더불어 필자가 경영의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SHE(안전(Safety)·건강(Health)·환경(Environment)) 역시 더욱 무겁고 귀하게 다가온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 개인이나 공동체는 물론 기업도 안전, 건강, 환경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소홀히 여기고 쉽게 잊어버리는 법칙이 있다. 첫째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다. 1980년대 중반, 뉴욕에서는 당국이 길거리의 지저분한 낙서나 위험할 정도로 더러운 지하철 등을 방치하자 범죄는 늘어나고 기업과 중산층은 교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뉴욕시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해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범죄를 집중 단속하는 한편 지하철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고 환경은 정리되기 시작했고, 범죄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창문이 깨진 자동차와 건물, 오물이 하나 둘 떨어진 거리가 있으면 사람은 쉽게 더러운 물건을 버리게 된다. 그러나 깨끗한 환경이나 건물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쉽게 들통나기 때문에 조심하기 때문이다. 관광이 핵심산업인 경주에서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더욱더 작동될 것이다. 사소한 것이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는 반면 작다고 생각되는 계기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경주의 깨진 유리창은 무엇일까? 보문호수 갈대 주변에 있는 쓰레기, 여전히 어두침침하고 청결하지 않은 고속버스터미널은 혹 아닐까? 다른 하나의 법칙은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다. 큰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사소한 전조현상이 일어난다는 이 법칙은 우리 세상에 안전지대가 없음을 알려준다. 다만 모두가 안전에 관한 한 습관적으로 대비해 문자 그대로 ‘거안사위(居安思危)’,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유지하고 실천해야 비로소 안전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경주에는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하였고 발생하고 있을까?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해서 예방할 수 있는 사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경주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원전일 것이다. 이미 경주와 포항에서 일어난 큰 지진을 경험한 경주에는 이보다 더 신경 쓰이는 위협요인이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월성원전에서 한계치를 초과한 방사능 유출수가 발생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바도 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이 같은 전조현상이 중첩된다면 향후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 모른다. 지금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경주가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SHE라는 것은 별 것 아니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진지 잡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경주시민과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 모두가 크게 ‘네’라고 대답하는 세상이다. 그렇게 된다면 누가 일부러 등 떠밀지 않아도 경주를 향한 품평이 좋아질 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어디 어디 한 달 살기가 경주에도 밀려들 것이다. 경주시와 경주시민에게 바라는 것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함부로 보일 만한 더러운 곳이나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불안정해 보이는 곳은 없는지, 사소한 잘못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곳은 없는지 이참에 다시 살펴보자. 스마트한 도시는 인터넷이나 첨단 시절이 무한대로 구현되는 도시가 아니고 사람들이 행복하고 유쾌한 도시다. 우리에게 깨친 유리창의 법칙이나 하인리히 법칙은 영원히 적용되지 않아도 좋은 법칙이 되어야 한다. 그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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