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령총 재발굴 결과, 금관총과 서봉총 재발굴처럼 적석목곽묘 연구에 많은 새로운 성과와 과제가 제시됐다. 당시 조사하지 못한 호석을 찾아 무덤의 크기를 분명화했고, 매장시설도 내곽과 외곽으로 구성된 이중곽임이 확인됐다.   게다가 금령총 남쪽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적 없는 새로운 무덤들이 발견됐으며, 금령총이 봉황대와 남쪽 무덤들 사이에 축조돼야 하는 규칙아래 조영된 것임이 밝혀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21일 특별전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 오픈에 앞서 특별전시관에서 진행된 언론공개회에서 전반적인 전시 소개와 함께 금령총 재발굴을 통해 새로 밝힌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금령총은 1924년 발굴을 통해 말 탄 사람 모양 주자가 출토된 어린 왕자의 무덤이자 금관이 출토된 신라 능묘 중 가장 작은 무덤, 유일한 지하식 매장주체부를 가진 무덤으로 알려져왔다. 이와 같은 인식은 이후 100여년간 큰 문제없이 학계에 수용됐고, 금관이 출토된 무덤 중 금령총만 특수한 경우로 이해돼왔다. 하지만 금령총 재발굴 결과 다곽식(2중곽) 매장주체부를 지하화한 구조라는 것이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신광철 학예사는 금령총이 기존 알려진 것보다 큰 지름 30여미터 무덤임을 밝혔다. 신 학예사는 추정 근거로 금령총의 주인공이 장지가 결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죽었거나, 봉황대 주인공과의 관계를 고려해 급하게 금령총 북쪽의 봉황대, 남쪽의 선행 분묘 사이 사방 30m에 무덤을 만들어야만 했던 특수한 상황이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봉분의 크기가 30m를 넘을 수 없는 상태에서 당시 표준화된 최상위급 적석목곽묘의 매장주체부를 안정적으로 안치해야만 했고, 여타 지상식 적석목곽묘와 같은 구조로는 무덤을 조성할 수 없어 매장주체부를 의도적으로 지하로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시 무덤을 조성할 때 무덤의 크기보다 입지 선정이 우선시된 확실한 사례로 향후 신라 능묘의 피장자 비정, 입지, 규모 등의 상관관계를 논할 때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재발굴을 통해 금령총은 비계목과 같은 목조 구조물 없이 봉토부와 호석을 한 단씩 동시에 축조하는 방식으로 높이 4m 이상의 적석부가 조성됐음을 확인했다.   신 학예사는 이와 같은 축조방식이 금령총의 사례에서만 적용된 독특한 축조기법인지, 아니면 고분 입지에 따라 채택됐던 일반적인 축조기법의 하나로서 첫 발견 사례인지 추후 관련 연구의 증가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발굴품으로 국내 최대급 잔고 56cm의 말 도용(陶俑) 일부가 호석 외곽 북쪽에서 수습됐다. 이는 매장주체부에서 출토된 말 탄 사람 모양 주자와 제작기법과 형태가 거의 흡사했다.   신 학예사는 마구 혹은 말을 무덤 내외에 부장하는 풍습은 이미 신라에서 여러 번 확인됐지만 대형의 말 도용을 부장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피장자가 이승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저승에서 편안한 삶을 살길 바라는 의미로 훼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금령총에서 출토된 장식편이 진주로 확인되면서 당시 진주의 생산과 교역, 활용 등 삼국시대 진주 연구사에 있어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또한 호석 밖에서 출토된 제기와 공헌물, 이를 담은 큰 항아리 분석을 통해 당시 제사 모습 복원은 물론 무덤 구조와 매장 프로세스를 일제강점기 우메하라의 복원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최근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제대로 복원했다.   신 학예사는 “그동안 대릉원 일대는 신라 마립간기 최상위층 능묘가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묘역으로 알려져 왔지만 금령총 남쪽에서 5기의 분묘가 확인됨에 따라 대릉원 일대 역시 쪽샘 지구처럼 다수의 분묘가 밀집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금령총 조성 시 타 무덤과 연접하는 양상을 보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연접을 피하는 등 두 기의 무덤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며, 향후 무덤들의 상관관계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노동동 일대에 대한 분포조사를 시행해 대릉원 북쪽 묘역의 전체 경관을 파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금령총 재발굴 성과를 집약해 놓은 특별전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는 어린 영혼의 죽음과 이 죽음을 기리는 1500여년 전 신라사람들의 마음을 복원한 전시로 내년 3월 5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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