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지난 13일 ‘K-지방소멸지수 개발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지방소멸 위험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경주시는 지방소멸지수 ‘1.031’로 총 6단계 중 네 번째 단계인 ‘소멸예방지역’에 포함됐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전국에서 104번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지역 간 인구이동을 유발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에 기반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적용해 지방소멸 위험도를 조사했다.
K-지방소멸지수는 1인당 경상연구개발비, 전산업다양성지수, 지식산업 비율, 1000명당 종사자 수, 1인당 GRDP, 인구증감율 등을 측정해 산업연구원이 새롭게 개발한 지표다.
지수단계는 모두 6개로 소멸위험지역, 소멸우려지역, 소멸선제대응지역, 소멸예방지역, 소멸안심지역, 소멸무관지역이다.
조사 결과 전국 소멸위험 지역의 절반가량을 경북이 차지했다. 모두 9곳 가운데 경북에서는 울릉·봉화·청송·영양 등 4곳이 포함됐다. 소멸우려 지역까지 포함하면 전국 59곳이고, 경북은 총 9곳이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소멸선제대응지역은 고령·예천·문경·상주·영주·성주·영천·안동 등 8곳, 소멸예방지역은 김천·포항·경주 등 3곳, 소멸안심지역은 경산·칠곡·구미 등 3곳이었다. 소멸무관지역은 경북에서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문제는 지방소멸지수를 조사하는 기관들이 소멸지수 산출에 활용하는 지표가 달라 그 결과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지방소멸지수 조사와 관련한 기관은 산업연구원의 K-지방소멸지수,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수,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마스다의 지방소멸지수) 등이 있다.
이중 마스다의 지방소멸지수는 65세 이상 고령자 대비 젊은 여성(20~39세)의 비율로 지방소멸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또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수는 연평균 인구증감률과 청소년순이동률, 주간인구 등 8개 지표에 가중치를 곱해 산정한다.
이번에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는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을 거시경제 차원에서 생산-분배-지출의 선순환구조와 지역경제의 실물경제 순환적 구조를 접목했다.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은 혁신활동→산업구조 고도화→고부가가치 기업 집적→지역성장 순으로 순환하는 과정으로 보고, 이들 순환과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6개 지표로 지역경제 실상을 대변할 수 있는 K-지방소멸지수를 측정한 결과다.
각각의 지표 산출기준을 토대로 조사한 것으로 결과 또한 제각각이다. 경주시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마스다의 지방소멸지수는 지난 2018년 6월 0.494로 소멸위험지역에 첫 진입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말 기준으로는 0.352로 소멸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의 지방소멸지수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특히 마스다의 지방소멸지수는 인구 재생산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의 및 개념이 새로이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수에서는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구감소지수 조사 결과 경주시는 ‘인구감소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지표가 나쁜 ‘관심지역’으로 분류됐다. 당시 인구감소지역으로는 전국 89개 시·군·구가 포함됐고, 경주시를 포함한 18곳은 ‘관심지역’으로 지정됐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경주시의 지방소멸지수가 이들 2개 기관의 조사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경주시가 포함된 ‘소멸예방지역(1.0~1.25미만)’에는 경북의 김천시, 포항시와 대구 수성구, 서울 성북구, 경남 김해시 등 전국의 31개 시·군·구가 함께 분류됐다.
마스다의 지방소멸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30대 여성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또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수에 대한 대응은 정부가 나서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10년 동안 매년 1조원, 총 10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에 지원키로 했다.
K-지방소멸지수는 인구이동을 유발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해 산출된 지수로, 소멸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지수를 산출하는 지표와 결과가 기관마다 제각각이고, 대응방안 역시 달라 대다수 지자체들이 지방소멸 위험에 대응하는데 있어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은 뚜렷한 대응책 마련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방소멸에 대한 지수와 대응책마저 천차만별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지방이 처해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방소멸지수와 관련한 통일된 국가승인통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