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최대강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윤석열 정부가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다시 한 번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과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해체기술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3일 경주시는 “SMR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경상북도, 포항공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국전력기술(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7개 기관 대표들이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추진보고회 및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아마 SMR 국가산업단지로 경주가 지정되면 원전산업 육성, 경주 SMR 산업생태계 구축 지원, 원전전문 인력 양성 및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상생발전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고 알맹이가 중요하다.   바라건대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중수로해체기술원, 방사성폐기물 정밀분석센터, 원자력전문 인력양성기관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누려야 하고 특화된 SMR 국가산업단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원전 수출과 원전 진흥 쪽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원전을 가동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아 고준위 핵폐기물을 건식저장시설에 노상으로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월 10일부터 11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는 국내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제8차 방사성 폐기물 안전관리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은 지난 7월 우리나라가 초안을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R&D 기술 로드맵’과 지난해 12월 수립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21.9.15), 국민의힘 김영식 국회의원(’22.8.30), 이인선 국회의원(‘22.8.31.) 등이 발의를 했고 조만간 관련 소위원회, 법사위를 거쳐, 최종적으로 본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여·야의 극한 정쟁으로 인해 올해 안으로 통과가 될지 의문스럽다. 내년 2월 임시회기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2024년 4월 10일에 있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때문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안’은 표류할 가능성이 많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국제적 흐름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에너지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미명아래 2030년까지 28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노후 원전 10기를 수명연장 하고,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통해서 폴란드·체코에 원전수출을 통해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고준위핵폐기물 특별법 제정에는 소극적인 것 같다.   원전수출과 원전 생태계 복원에 중점을 두다 보니 정작 고준위핵폐기물처분장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는 느낌이다. 약 1만8000톤의 고준위핵폐기물이 원전 내에 임시로 저장 중인데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고준위핵폐기물처분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값싼 에너지라고 여겨온 원자력에너지를 우리는 전력의 대략 30%까지 활용해 왔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미래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엄청난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10만년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여·야, 보수, 진보, 수도권, 지방을 떠나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제정을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핀란드의 사례에서 보듯이 충분한 토론과 과학적 검증, 국민적 수용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수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셋째, 투명한 정보와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 넷째, 유치지역에 특별지원금을 비롯한 범정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원자력발전소 안에 임시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안전성 확보 방안과 지역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월성원전의 중수로 특성상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나온다. 1992년 4월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임시건식저장시설에 저장된 48만 다발에 대한 그동안의 보관세(지역자원시설세)를 정부는 지급해야한다. 그래야 2016년까지 정부가 경주 월성원전에 있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다른 곳으로 가지고 나가겠다는 약속 불이행에 대한 경주시민의 불만과 저항에 어느 정도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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