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홍양호(耳溪, 洪良浩 : 1724-18020)는 1747년(영조 23) 진사시에 합격하고 대과에 합격하여 경주 부윤(1759)을 거쳐 이조판서와 영의정에 이른 사람이다. 홍양호는 경주부윤으로 부임하여 김유신장군비, 진흥왕비, 문무왕릉비를 발굴하는 등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학식이 매우 높았다. 홍양호는 경주부윤으로 부임하여 본인과 과거시험에 동시에 급제한 정진사 집을 자주 찾아 회포를 풀었다. 정진사는 양북 어일리(魚日理)의 정광리(光履: 1722-1799)이며, 자는 사견(士謙), 호는 지로(篪魯)이고 본관은 오천이다. 정진사와 이계 홍양호가 사마시에 동년에 합격했던 과거시험의 문제가 완물상지(玩物喪志)와 관련된 것이었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의 주(紂)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차지하자, 다른 나라들이 주나라에 복종하여 여러 가지 공물을 바쳤다. 주나라 서쪽 여(旅)나라의 특산품인 오(獒)라는 개를 바쳤는데, 키가 넉자나 되며 사람의 말귀도 알아듣는 명견이었다. 머리털이 숫사자를 닮아 사자견이라고도 하는 티베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로 짱아오(藏獒)라고 불리는 견종이다. 무왕이 신기해하여 개하고 노는 시간이 길어지자, 느슨해진 마음을 경계해 동생인 태보, 소공, 석(太保, 召公, 奭)이 경계하는 글을 형님인 무왕에게 올렸는데, 이 글에서 ‘완물상지(玩物喪志)’란 말이 나온다.不役耳目 百度惟貞 玩人喪德 玩物喪志(불역이목 백도유정 완인상덕 완물상지)
“귀와 눈의 즐거움에 빠지지 않으면 모든 일이 올바르게 됩니다”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을 잃고, 사물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무왕은 소공의 충언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어 짱아오를 비롯한 진상품을 제후나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정치에 전념하게 됐다. ‘완물상지(玩物喪志)’란 ‘물건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면 본뜻을 잃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완인상덕(玩人喪德)’이란 말은 ‘사람에 지나치게 빠지면 본래 지니고 있는 덕을 잃는다’라는 의미다. 군주가 신하에게 빠지면 군주다움을 잃게 되고, 신하가 군주에게 빠지면 신하다움을 잃는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선비사회에서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학문, 교육, 정치 등을 제외한 일에 관심 갖는 것을 ‘완물상지(玩物喪志)’라며 경계하였다.
오늘날 반려동물을 키우는 동호인이 1000만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소비하는 경제규모가 6조원이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2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다. 집단 소속에서 소외되고, 사람과의 만남을 꺼려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이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사람들이 본연의 일을 망각하는 것을 질책한 ‘완물상지(玩物喪志)’의 의미와 같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로 사람에게 주어진 본연의 생각과 삶이 무너지면 인간의 삶의 의미가 상실케 된다. 반려동물에 의해 인간의 본연의 삶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음이 느껴지는 21세기이다. 반려동물을 우리보다 먼저 함께 했던 유럽 국가는 반려동물로 인하여 사람 본연의 일을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사람과 분리한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꼭 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지만, 인간의 생명과 동물의 생명에 대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려동물은 사랑과 애정을 나누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였지만, 최근 TV방송에서 25마리의 반려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은 사람 삶의 근본이 염려되고, 또 반려견에게 사람의 생활공간을 완전히 넘겨버리는 반려견 동호인이 많아지고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사람의 행복과 반려동물의 행복은 함께 나눌 수는 있지만, 인간의 기본 행복권까지 놓아버리는 것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인지 함께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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