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5월 22일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엎어졌지만 원형을 보존한 채 발견된 마애불상은 세간에 화제가 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 보수정비 중 엎어진 채로 발견된 이 마애불은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의 간격이 5㎝에 불과해 ‘5㎝의 기적’으로 불렸다.
마애불은 경주시가 2017년 7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주변정비 방안 및 실시설계 용역’ 결과 축조시기는 8세기 말에서 9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쓰러진 시기는 1430년 조선 세종 때 지진이 발생해 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지난달 31일 남산 열암곡 마애불 앞에서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의지를 밝히는 고불식을 가졌다. 조계종은 진우 총무원장을 비롯해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최우선 과제로 열암곡 마애불 바로 세우기에 나서기로 했고, 이날 그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마애불 바로 세우기를 위한 논의 과정을 보면 녹록치만은 않다. 이 마애불을 발견한 초기부터 문화재청은 불상 바로 세우기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길이 5.6m, 무게 80t에 이를 정도로 육중하고 산비탈 중턱에 엎어진 상태여서, 자칫 불상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끄러진다면 파손 우려가 있고 장비 반입도 어렵다. 그간 숱한 논의와 용역이 진행됐지만, 현재 주변정비만 완료한 채 입불 방안은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경주시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 5일까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입불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해 결과를 구했다. 그러나 2017년 4월 문화재위원들은 지반이 연약해 작업 시 파손위험이 예상되므로 모의실험 뒤 입불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위원들은 현재 마애불 주변 지반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중량 80t의 암석을 설치하고 장비를 이용해 세우는 모의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모의실험을 위해서는 약 24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되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도 입불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용역이 다시 진행되는 등 제자리걸음만 걸으며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즈음, 조계종은 고불식을 통해 마애불 바로세우기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문화재당국은 다시 피어 오른 조계종의 불상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에 부응해 주길 바란다. 마애불 바로 세우기는 종교를 뛰어 넘어 경주시민과 국민들의 요구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