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이후 대한민국 SNS는 또 한 번 어두운 구름 속에 갇혔다. 151명의 사망자와 160여명의 부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는 SNS들의 심정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놀라움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는 그 현장에서 윗사람 눈치만 보느라 누구 하나 책임지고 그 어린 생명들부터 구하지 못한 공직자들과 어른들의 추악함이 문제였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젊은이들의 과한 열기를 사전에 인지하였음에도 예년에 비해 경찰과 공무원 배치를 대거 줄이는 등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안전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근본적으로 두 사건이 모두 국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일어난 참사란 점에서 국민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다시 커졌다.
그런 한편 핼러윈 축제를 무턱대고 비방하고 혐오하는 시선들도 대거 쏟아졌다. 특히 비중 있는 방송과 언론들이 핼러윈 축제를 즐기고자 한 젊은이들을 향락적이고 염세적이라고 비판하는 모습은 젊은이들을 두 번 죽이는 어리석은 짓이다. 핼러윈 축제는 단순히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문화일 뿐이다. 그 이면에 어쩌면 20대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좌절이 은연중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만 내몰리던 청춘들, 더구나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린 채 취업장벽과 불안한 미래에 기죽은 그들의 탈출구가 핼러윈 축제였을지 모른다. 가면과 분장으로 자아를 가림으로써 새로운 해방감을 맛보고자 했다면 그 억눌림과 불안의 바탕에는 비뚤어진 교육과 비좁은 취업관문이 작용했을 것이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설혹 그런 해석이 아니라도 젊은이들이 놀이를 굳이 삐딱하게 볼 일은 아니다.
때맞춰 대구와 안동, 구미를 비롯 전국에서 열리거나 진행 중이던 핼러윈 관련 행사가 취소되거나 중단되었다.
경주도 엑스포공원에서 진행되던 핼러윈 행사가 중단되었고 형산강문화예술제도 음악송출을 중단했다. 국민의 애도야 정부가 굳이 애도기간을 정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 참사 후 수학여행이 한동안 전면 중지되었던 황당한 경우를 익히 경험했다. 엄연한 교과과정인 수학여행을 보다 안전하게 책임지고 완수하기보다 뭉턱 취소하는 것으로 책임을 피했던 교직자들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어른들이었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다울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놀기도 열심히 해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보다 안전하게 행사를 관리하는 일이다. 그것을 소홀히 해 참사가 났다면 앞으로 그런 행사를 더 신중하고 꼼꼼히 관리해야 맞는 것이지 그 행사들을 지레 겁 먹고 취소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소리치고 뛰놀 수 있는 가운데 놀라운 창의력과 새로운 미래산업이 태동한다는 역발상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애도의 기간을 마친 후 핼러윈 축제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하고 이태원과 전국의 축제도 다시 활력을 찾아야 한다. 그게 이번 참사를 진정으로 애도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