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엎어진 상태에서도 원형을 보존한 채 발견돼 ‘5㎝의 기적’으로 불리는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바로 세우는 일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지난달 31일 남산 열암곡 마애불 앞에서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의지를 밝히는 고불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진우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종단 핵심인사들과 주낙영 시장, 승려, 불교 신자, 문화재청·경주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고불식에 앞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포교원장 범해 스님 등은 마애불 앞에서 108배를 하며 부처님을 바로 세워 불교중흥을 이룰 것을 기원했다. 이어 고불식에서 진우 스님은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불사의 시작을 알리고, 불교중흥과 국운창성의 기틀을 만드는 불사임을 선언했다.   이날 고불식에서 불국사와 낙산사는 열암곡 마애불 바로 모시기 불사 기금으로 각각 1억원을 전달했다. 진우 스님은 “오늘 천년을 쓰러져 계신 마애부처님을 온전히 모시기 위한 사부대중의 간곡한 원력이 모였다”면서 “간절한 서원으로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셔 천년을 세우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마애부처님을 바로 세우는 것은 찬란했던 천년 신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면서 “빠른 시일 내 마애부처님을 온전히 모실 수 있도록 경북도와 경주시, 문체부, 문화재청의 전폭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조계종은 진우 총무원장을 비롯해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최우선 과제로 열암곡 마애불 바로 세우기에 나서기로 했고, 이번에 고불식을 통해 그 의지를 표명했다. 이 마애불은 지난 2007년 5월 22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 보수 정비를 위해 조사하던 중 엎어진 채로 발견됐다. 남산에 남은 100여불상 가운데 가장 완벽한 상태로,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 간격이 5㎝에 불과해 큰 화제를 모았다. 통일신라 8세기 말에서 9세기초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1430년 조선 세종때 지진이 발생해 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발견 초기에는 문화재청이 마애불을 원래 있던 자리에 원상태로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길이 5.6m, 무게가 80t에 이를 정도로 육중하고, 산비탈 중턱에 엎어진 상태여서 불상 바로 세우기는 현재까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불상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끄러진다면 파손 우려가 있고, 산 중턱이어서 장비 반입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주변을 정비하고 보호각을 설치해 현재 상태로 보존하고 있다. 이날 고불식에 참석한 주낙영 시장은 축사를 통해 “2007년 발견 이후 경주시에서는 보존정비 방안을 마련했으며, 작년 사업비 16억원을 투입해 주변 정비사업을 완료했다”며 “현재 용역을 통해 마애불상을 어디에 세울지를 연구 중에 있다. 문화재청, 불교계, 학계 등과 협력해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은 이날 고불식에 이어 향후 입불을 위한 법적·기술적 검토와 범국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참여를 위한 방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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