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 모 검진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상이 발견되었었다. 제대로 처치하지 않았으면 바로 명부(冥府)로 갈 뻔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다른 부분은 양호하여 전체적으로 건강상태는 상위 10%로 예상 수명이 90세라고 했다. 90세라면 앞으로 남은 햇수가 15년 남짓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저승사자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명부전에 들러 지장보살과 시왕에게 미리 선처를 부탁해야 할 것 같다.
삼천불전의 서쪽에 있는 명부전은 지장전, 명왕전, 시왕전이라고도 하는데, 중생구제의 큰 원력을 세워 많은 대중의 귀의처가 되는 지장보살과 그 권속을 모신 전각이다. 지옥의 어두운 곳을 관장하기에 명부전이라고 하고,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곳이기 때문에 지장전이라고도 한다.
또 명부의 왕을 모신다고 하여 명왕전, 그 명왕이 열 분이라해서 시왕전이라고도 하고, 이승과 저승의 가교역할을 하는 전각이므로 쌍세전이라고도 한다.
지장보살은 단 한 명의 중생이라도 지옥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 지장보살의 좌우 협시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다. 도명존자는 중국 양주에 있는 개원사의 스님으로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을 경험한 이후 지장보살을 모시게 되고, 무독귀왕은 전생에 지장보살을 도운 인연으로 협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장 삼존의 좌우에는 염라대왕을 위시한 시왕이 도열하고 그 바깥쪽으로는 판관, 녹사, 직부사자, 귀왕, 나찰, 장군, 동자 등이 있다.
지장삼존의 좌우에 있는 시왕은 저승으로 끌려온 망자들의 죄질에 따라 형벌을 가하게 된다. 각 시왕이 주재하는 지옥은 다음과 같다.-제1 진광대왕(秦廣大王)의 도산(刀山)지옥 사람이 죽은 지 7일 후 첫 번째 심판을 받는 곳. 월천 공덕, 시주 공덕이 없는 죄인이 칼산에서 칼에 찔리고, 관속 시신은 쇠못에 박힌다.-제2 초강대왕(初江大王)의 화탕(火湯)지옥 죽은 지 14일째 심판을 받는 곳.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거나,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준 공덕이 없는 자가 가는 곳. 펄펄 끓는 물에 빠지는 고통을 받는다.-제3 송제대왕(宋帝大王)의 한빙(寒氷)지옥 죽은 지 21일째 심판을 받는 곳. 불효하거나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고, 노인을 공대하지 못한 죄인이 가는 곳. 얼음 속에 갇혀 지내게 된다.-제4 오관대왕(五官大王)의 검수(劒樹)지옥 죽은 지 28일째 심판을 받는 곳. 함정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지 않은 사람, 막힌 길을 뚫어주지 않은 사람이 시퍼런 칼날로 우거진 나무 사이로 걸어가게 되는데 걸어갈 때마다 살점이 떨어진다.-제5 염라대왕(閻羅大王)의 발설(拔舌)지옥 죽은 지 35일째. 일가 화목을 깨뜨린 자, 어른을 박대한 자가 가는 곳. 죄인의 혀를 길게 뽑아 그 위에서 소가 밭을 갈듯 쟁기를 이끄는 처참한 고통을 겪는다.-제6 변성대왕(變成大王)의 독사(毒蛇)지옥 죽고 나서 42일째. 살인, 역적, 강도, 고문, 도둑질을 한 자가 가는 곳인데 독사들이 우글거리며 온몸을 감아 물어뜯는다.-제7 태산대왕(泰山大王)의 거해(鉅解)지옥 죽은 후 49일째. 사십구재가 끝나는 날. 나쁜 음식을 대접한 자, 쌀을 팔아도 되를 속인 자가 가는 곳으로 형틀에 가두고 톱으로 뼈를 썰면서 산채로 토막을 낸다. -제8 평등대왕(平等大王)의 철상(鐵床)지옥죽은 지 백일째.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자를 쇠절구에 찧은 뒤, 쇠못을 빼곡하게 박은 침상 위에 눕혀 놓고 죄를 다스린다.-제9 도시대왕(都市大王)의 풍도(風途)지옥 죽은 지 1년이 되는 때. 불륜을 저지른 남녀에게 살을 에는 바람이 분다. -제10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의 흑암(黑暗)지옥 죽은 지 3년째 마지막 심판을 받는 곳. 생전의 업에 따라 육도윤회의 길로 나선다. 남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식이 없는 이는 밤낮이 없는 캄캄한 이곳에 갇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 보니 ‘만약 명부에 간다면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왕을 알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공덕을 쌓아야할 것 같다.
수 주 전 아내와 같이 의료보험관리공단에 들러 사전의료연명의향서를 작성했다. 시왕들이 죄를 집행할 때 혹 감경요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