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겹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현상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지난 6월과 7월엔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국의 농촌과 공장에서도 치솟는 물가상승으로 유례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물가고로 존폐마저 우려되는 곳이 있다. 무료급식소다.
무료급식소는 매일매일 홀로 사는 노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게 따듯한 한 끼를 제공하는 곳이다. 최근 들어 물가가 오르면서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용객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경주에서는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 이웃집, 성림무료급식소 등 3개소가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웃집과 성림무료급식소는 일평균 200여명이 이용하고 있고,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은 최근 일평균 이용자가 600여명에 이르면서 이용자 연령을 제한해 400여명 정도로 줄인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이용객과 후원 감소 탓에 무료급식소들은 급등한 식자재 가격을 감당하기에는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무료급식소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현재 한끼당 3000원이다. 그마저 대체급식을 하는 경우 포장비 등을 제외하면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데 지원받는 예산은 22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급식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무료급식소 운영기관에서 사비를 내가며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경북도가 무료급식소로 지원한 예산은 4억7000만원이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식자재 가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 무료급식소는 우리 사회 소외된 취약계층들에게는 최후의 복지서비스나 마찬가지다.
고령의 어르신, 위기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외계층들에게 따뜻한 한끼로 이웃의 정을 나누는 곳이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더 이상 선의의 후원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정부, 경북도, 경주시가 나서 취약계층의 기본 식사를 지속적으로 챙겨줄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