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전방위로 유럽을 휩쓸고 있다. 어느 몇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일한 현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다. 영화, 음악, 음식을 필두로 한국에 관한 모든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영역에 지속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역사 이래로 ‘something Korea’ 즉 ‘한국에 관한 어떤 것’이 이렇게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이유가 무얼까?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시각에서 적어 보자.
먼저 대한민국의 국력이 엄청나게 신장 되었다. 그 국력이란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필두로 다양하다. 소위 BRAND KOREA가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먹히는 형국이 도래했다 생각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두 번째로 그동안 꾸준히 지속되어온 정부의 ‘문화산업수출’에 대한 효과가 과실로 나타나고 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문화는 절대로 역류하지 않는다. 즉 문화는 국력과 동일하게 인식되고 자국 밖에서도 그 국력만큼 인정받는 것이 상례다. 여전히 ‘SOMETHING AMERICA’는 누구든지 인정하고 좋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아직 세계의 주류 국가에 편입이 되기 전에, 정부가 앞장서서 ‘한국문화 알리기’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이끌어 온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문화산업 수출에 대한 지표적 성과는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다. K-FILM, K-MUSIC, K-FOOD, 이 세 가지가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문화 알리기의 대표적 효자들이다. 그리고 이들 3대 문화가 서로 주고받는 시너지 효과도 엄청나다. 예를 들면, K-FILM에 나오는 K-FOOD를 당연히 관람자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고, K-MISIC 에 등장하는 장소나 의상들을 젊은이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방문하고 싶은 나라 우선순위로 유럽의 젊은이들에게 높은 인지도로 상승을 하는 것은 당연히 그 원인을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영국에 사는 필자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좋아하고 ‘social chat-사회적 담소’를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레스토랑 사업으로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한국에 대해 매일 영국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입장이다. 예전에는 내가 한국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영국 사람들이 먼저 내게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 묻는 경우가 많다.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한국을 찾아가 봐야지 라고 하는 사람들이 내가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영국 사람들의 연결고리이다. 이러한 영국 사람들에게 반드시 이야기하는 것이 내 고향 경주다. 특히 최근에는 경주에 대한 기사들이 외국의 신문과 잡지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휴대폰에 캡처하고 경주 홍보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서울, 부산, 제주도 3곳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데 경주가 상위로 자리매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경주를 다녀온 영국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경주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잘 알려 준다. 휴대폰을 열고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보여준다. 첨성대, 불국사, 동궁과월지, 반월성, 대릉원 등이 많다. 특히 전통가옥에서 숙박한 경험을 대단히 특이한 추억으로 자랑한다. 아쉬운 것은 그 어디를 봐도 ‘무엇을 먹었다’라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수백 장의 사진들을 보면서 ‘음식 사진 한 장 없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
여행의 재미는 정말 다양하다. 장소에 대한 매력,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그 지역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 등 여러 요인들이 당사자의 머리에 각인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하는데 일조한다. 경주를 다녀온 사람들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안 할 때, 음식에 관련된 학문을 전공하고 외식업에 종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본지에서도 꾸준히 가능한 고향땅 이야기를 음식과 관련하여 적어 왔다. ‘보여준 장소’만큼이나 ‘먹었던 음식’ 이야기도 내 고향 경주를 다녀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