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언제나 가깝게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억지로 구하려고 무리하다 보면 오히려 행복은 멀리 도망가고 불행과 불운이 닥쳐든다. 최근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는 화제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작 / 나무 옆 의자)’은 얼핏 편의점 알바생들을 위한 작품쯤으로 짐작되기 쉽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했고 작품 전체가 편의점의 일상을 다룬 것은 분명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편의점은 단순한 도구일 뿐 실상은 팍팍하고 무정한 가족들을 분해해서 옮겨 놓은 삶의 축소판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성공을 위해 질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돈이면 돈, 출세면 출세, 오로지 자기 일에만 매달린 채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만 덩그러니 놓인 채 가족들은 자신과 전혀 딴 세상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그렇게 질주하는 자신들을 원망하고 경멸한다. 그들이 그것을 눈치챘을 때쯤 이미 돌이키기 힘든 자신에 대한 의문과 위태로운 외로움에 빠져 조금씩 자신을 죽여간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할 만하다. 이곳에 등장하는 편의점은 ‘날조된 파라다이스’다. 책 속 편의점은 언제 문 닫을지 모를 절망적인 상태다. 낙후된 서울역 근처의 낙후된 어느 동네, 위치마저 좋지 않아 사양길에 접어든 데다 근처 재개발된 지역의 시설 좋은 편의점들의 과도한 경쟁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할 상태의 시한부급 편의점이다. 그러다 보니 물건도 제한적이고 시설도 형편없어 심지어 편의점 전자레인지까지 고장 날 정도의 제목 그대로 ‘불편한 편의점’이다. 당연히 고객들도 별로 없다. 그런 현실에 비해 성품 좋은 편의점 점주 사장님이 등장하고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현명하고 듬직한 알바 아저씨가 이 편의점을 지킨다. 이 편의점을 공상과학소설로 표현한 것은 일상의 편의점들이 가지고 있는 팍팍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이다. 책 속에도 분명히 묘사되어 있듯 대부분 편의점들은 점주들이 알바들의 주휴수당을 아끼기 위해 주5일 근무를 교묘히 회피하는가 하면, 알바들은 의무감보다는 시간 때우고 자리를 지키는 것에 급급하다. 많은 알바들이 유통기한이 넘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듯 인터넷에 소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편의점은 알바 모두가 주5일제이고 유통기한 지난 것은 미련 없이 버린다. 점주 사장님은 알바들에게 기한 내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알바들이 성공해 더 나은 삶으로 진출하는 것을 응원하고 돕는다. 반면 이 편의점에 일하는 알바들은 어쩌면 훨씬 실존에 가깝다. 주인공 알바의 전임자인 퉁퉁하고 인심 좋은 아저씨는 일찌감치 직장에서 떨궈 나와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기대 살고 있다. 지방대를 나와 취업에 실패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은 불만에 가득 차 있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삶의 의미를 아들의 성공에만 기대고 사는 50대 아주머니는 아들마저 이상한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악만 남았다. 그들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편의점인 만큼 모두 절박하고 불편하고 어두운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은 마치 헬조선을 곱씹으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요즘의 젊은이들과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들이 받쳐 꼼짝 못하는 어중간한 50대 중년 남성들, 파괴된 가정을 이끌고 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50대 여성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옮겨 놓은 듯싶다. 이들과 맞닥뜨리며 이야기의 여러 축으로 등장하는 고객들 역시 불안하고 힘든 삶에 찌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이런 공상이 현실과 교묘하게 맞붙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쾌감을 진득하게 주어서일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에 루저라고 할 만한 편의점 알바들, 그들만큼이나 하찮아 보일 수 있는 단골 고객들이 작은 계기, 고된 현실 속에서 잊고 살았거나 감춰져 있던 근원적 깨달음을 통해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고치를 뚫고 나비로 비상하는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고 감동적이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고 자신 속에 단단히 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을 편의점 군상들의 실례들을 통해 가르쳐주는 ‘불편한 편의점’은 편의점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의 인생 책인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슴으로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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