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수 많은 왕들 가운데 후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가장 인상깊게 남겨둔 왕들 중 한 명은 바로 헨리 8세이다. 그 이유는 그가 생전에 많은 이야기들을 후세사람들에게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사랑 이야기, 정치 이야기, 종교 이야기, 음식 이야기 등등 아주 다양하다. 헨리 8세는 말년에 엄청나게 비대해서 혼자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뚱보였다. 그 이유는 과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도 많았고 그 병마로 인해서 고생 또한 엄청나게 많이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헨리 8세는 정말 건장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몸을 잘 관리한 젊은이었다.   젊은 시절 그는 운동을 좋아했고 사냥 또한 그의 대단한 취미 중 하나였다. 어느날 가까운 측근들과 함께 런던 서쪽의 레딩이라는 곳으로 사냥을 간 헨리 8세는 길을 잃고 말았다. 이러저리 헤매던 헨리 8세 일행은 간신히 이곳에 있는 수도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도원 원장은 젊은 국왕 일행이 수도원에 도착했으니 반갑게 맞이한 것은 당연지사이다.   한창 나이의 젊은 국왕인 헨리 8세는 사냥터에서 에너지도 소진했고,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던 차라 배가 무척 고팠다. 식사를 요청한 젊은 국왕에게 수도원 원장을 맛있는 소고기를 대접했는데, 그 소고기가 바로 등심이었다. 알다시피 등심은 소고기 부위가 정말 맛이 있고 양도 그리 많지 않다. 우리 말에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있듯이, 배가 고플 때 먹었던 이 등심이 헨리 8세에게는 대단하게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헨리 8세는 수도원 원장에게 물었다. “짐이 먹은 이 고기가 도대체 무엇이오?” 그러자 수도원장이 “전하께서 드신 그 고기는 바로 등심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헨리 8세는 그 자리에서 국왕의 어도로 그 등심에게 바로 작위를 내렸다. “지금부터 이 등심을 ‘Sir Loin – 등심 경’이라 칭하노라”라고 하면서. 오늘날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주 비싸게 팔리고 있는 ‘Sir Loin Steak’는 이런 행운을 타고 태어났으며, 척박하다 알려진 영국의 음식문화라 세간에 알려진 이 영국음식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음식이 되었다. 헨리 8세 이후 제임스 1세 또한 영국 중부 렝카셔에서 대신들과 맛있게 연회를 마친 후, 맛있게 먹은 이 ‘등심 경’에게 다시 한 번 작위를 수여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두 번째 작위는 선대의 왕이 남긴 이 재미난 이야기를 다신 한 번 재현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요즘으로 치면 ‘탁월한 마케팅의 기회’가 되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사실 육식을 좋아 하는 서유럽 사람들에게 상류 사회, 그것도 왕이 직접 작위까지 수여했다는 이 역사적 스토리는 금상첨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고기를 잘 먹지만 레스토랑에서 이 최고의 등심 ‘Sir Loin Steak’를 먹을 때마다 이 섬나라 영국의 왕들이 부럽기도 했다. 특히 유머와 위트를 잘 구사하는 ‘사교적 문화’에 대해서 나름의 고민과 분석을 해 보는 것이 또한 나의 취미이자 직업본능이기 때문에, 이 스테이크를 대할 때마다 생각이 좀 많다. 사실 잘 살펴보면 모든 음식에는 다 한 자락 정도의 이야기는 분명히 있다. 그 이유는 음식이 바로 사람들이 먹는 ‘문화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세상사에 이야기 없는 인간사가 대체 어디 있을까 말이다.  당연히 ‘긴 역사는 더 많은 이야기가 응당 있어야 한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근거를 우리는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고향 땅 경주는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유구한 역사적 현장이다. 더욱이 경주는 그 천년 역사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도’가 아닌가. 왕들이 살았고 귀족들이 즐비하게 살았던 긴 역사는 더 많은 이야기가 응당 있어야 한다. 고향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당연한 논리적 근거를 무시하게 될 때 우리 모두는 마음속 애향심에 대한 ‘관계성의 직무유기’를 범하는 셈이다. 본지에서 꾸준히 고향땅 경주에 관련하여 음식에 관련된 나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의도적으로 빼지 않으려고 노력한 부분이 바로 ‘역사 도시, 문화 도시, 관광 도시, 브랜드 경주’ 등과 같은 ‘경주의 정체성’이었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면 ‘음식문화 경주’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필자 또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꾸준히 고민하면서 숙제처럼 마음에 담고 있다. 밖에서 보면 더 정확히 보인다. 우리 모두 한 마음이 될 때 해결할 숙제는 더 쉬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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