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의 화제 드라마는 ENA의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재미난 라임에 인기 배우인 박은빈과 동그라미 역으로 인턴 여기자로 뜬 주현영이 나온다. 총 16회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케이블 TV와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또 다른 한류를 예고하고 있다.
극중 우영우 변호사는 서울대와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여성변호사다. 대형로펌에 근무하며 천재적인 두뇌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일상의 자폐스펙트럼은 상대를 헷갈리게 한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아동기에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언어성 및 비언어성 의사소통의 장애, 상동적인 행동, 관심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대개는 3세 이전에 다른 또래들과의 발달상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극에서도 그렇게 나온다. 언어 발달이 늦어서 생후 18개월쯤부터 상대적으로 양호한 다른 아이들과 차이 나기 시작해 학령기가 되어서야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는다.
극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이웃과 싸우다 처음 말을 하게 되는데 첫 말이 상해에 관한 형법을 외운 것이다. 이후 법률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게 되어 서울대를 졸업하여 우여곡절 끝에 대형 로펌에 취직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극 중 따뜻한 상관 정명석 변호사와 봄날의 햇살 같은 동료 최수연 변호사 등이 우영우를 도운다.
그러나 현실은 장애인이 사회에 잘 적응하거나 안착하기가 어렵다. 우영우 변호사가 서울대 수석 졸업자임을 강조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렇게 강조되는 자체로 일반적인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장애인이 많다. 우영우처럼 선천적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 장애인이 더 많다. 교통사고 같은 사고로 장애가 되기도 하고 노환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떨어져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장애로 인정된다.
경주시 통계를 보면 2019년 경주시 등록인구 수 26만7196명(외국인 포함)중 장애인 수는 1만6506명이다. 6.17%의 인구가 등록된 장애자인 것이다. 한편 65세 이상 고령자는 5만4639명으로 20.44%이고 이 속에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 다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부모님도 작년에 장애인 등급 신청이 받아들여져 장애인으로 등록되었다. 등록외국인 수는 1만1794명으로 4.41%다. 외국인은 언어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사회적 언어장애라 볼 수 있다. 이렇게 가정했을 때 생활 속 장애인의 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시민 4명 중 1명이 장애라고 생각해야 한다.
필자는 아버님을 모시고 주말에 성당에 간다. 장애인을 위한 램프 시설이 되어 있는데 경사가 너무 급해서 아버님께서 올라가기 힘들어하신다. 휠체어를 밀고 가려니 경사가 급해서 올라가는 것도 힘들고 내려가는 것은 더 힘들었다. 지난주에는 계단에 긴 경사로가 설치가 되어 있어서 무척 기뻐하셨다. 작은 배려 하나가 장애를 가진 아버님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하였다.
경주뿐 아니라 어느 지방자치단체라도 시정을 구상하거나 행사를 기획하고 공공건물을 지을 때 장애에 대해 얼마나 배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더 정확히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권, 학습권이 기본으로 설계와 시설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 모든 시설과 행사에 숨 쉬듯 당연하게 장애인을 위한 설계와 시공이 시행되어야 한다. 특히 이제는 일반인 누구라도 내 주변의 자폐나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과 대화하며 더불어 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장애에 관해 인식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과 더불어 살 수 있다. 봄날의 햇살 같은 이웃들과 정책적인 배려로 우영우를 비롯한 모든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경주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