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을 이룬 당초문이 화면 전반에 유기적으로 뻗어간다. 불상, 해골, 모란 등 도상학적 불화의 특징인 구조적이고 정리된 화면 구성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솔거미술관 기획 1, 2 전시실에서는 현대미술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장배 작가와 예술과 산업 분야에서 3D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김민균 디자이너 협업전 ‘유대하는 인과’가 열리고 있다.
박장배 작가의 회화 15점과 김민균 디자이너의 미디어 작품으로 꾸며진 이번 전시는 솔거미술관이 지역의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청년작가전으로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박장배 작가의 작품은 도상학적인 불화와 불교 교리에 의한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동양화를 기반으로 불화와 전통 초상화 등 다양한 영역의 회화 기법을 수학한 박 작가는 탄탄하고 섬세한 필력으로 화면을 집중시킨다.
불화의 선묘법과 화려한 색채대비는 조선불화 양식의 영향을 인물화 표현법은 동양화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불교미술의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익혀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 박 작가는 전통적인 종교화의 소재들을 작가 고유의 조형언어와 감각으로 그려냄으로 전통불화를 동시대 예술로 확장한 회화로 보여준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의 그리기를 고수하는 박 작가는 늘 고행에 가까운 자세로 불화의 수행 기능을 받들어 작업을 진행하며, 고행으로 이뤄낸 회화적 성취로 자신을 증명하며 회복의 선순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박 작가는 “불교미술은 불교의 가르침을 도상화한 것으로 불교 경전 내용에 의거해 중생을 교화시키고 포교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문자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데서 경전보다 더 직접적인 불교적 가르침의 표현”이라면서 “조형언어를 이용한 작업 방식을 통해 현대인들이 좀더 가깝게 한국 전통회화의 아름답고 치밀한 조형미를 접하고, 나아가 작품에 담긴 불교철학을 통해 마음의 고통을 마주하며 다시 마음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선순환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김민균 디자이너는 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당초문에서 생사의 이치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을 발견했다. 그는 2D 패턴으로 추출한 당초문을 자신만의 당초문으로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3D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당초문을 수학적으로 패턴화하고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요소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박 작가 작품에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도상인 불상과 해골, 모란 등에 새롭게 그려낸 당초문이 다양한 시각적 효과로 적용돼 구현되며 무심한 듯 나열된다. 김민균 디자이너는 이번 전시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모든 고통의 원인이 자기 내면에 있으며, 삶과 죽음, 시간과 자연 등 세상을 자애로운 태도로 관조하고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공부하는 것이 유대하는 인과 안에서 회복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제작된 그의 영상 ‘SAMSARA:윤회’는 기획 2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민균 디자이너는 제품 디자인 전문 회사에서 책임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제품 디자인 외 모션그래픽, 비주얼 라이징 등 영역의 제한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솔거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를 위해 두 예술가들은 주기적인 만남과 소통으로 그물처럼 얽힌 상호의존적 관계를 의미하는 ‘인과’와 불교사상의 관점에서 본 ‘회복과 윤회’를 전시 주제로 선정하고 공동작업을 진행해왔다”면서 “솔거미술관이 마련한 청년작가전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작가들의 깊이있는 연구와 고민으로 완성된 작품을 관람하며, 그들의 생각에 공간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