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특별한 춤을 추는 이가 있다. 곡예에 가까운 고난도 동작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완벽하게 해내는 비보이, 그의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천성 시각장애를 비보잉으로 극복한 청년, 끈기와 노력으로 희망을 붙잡은 그는 바로 골든코리아비보이 소속 이득기(23·인물사진) 씨다.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동료들과 무대에 오르는 순간 행복감이 몰려온다는 그는 다쳐도, 힘들어도 그동안의 노력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무대에서만큼은 늘 자유롭다. 장애 판정 후 세상에 혼자 남겨졌던 것 같았던 그는 댄스를 통해 사람을 얻었고, 댄스를 통해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시신경 손상으로 인한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가진 득기 씨는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어린 시절 열등감과 우울감에 늘 빠져있었다. 주변의 무시와 멸시를 받으며 놀림당하기 일쑤였고,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는 그런 득기 씨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못한 데다 부모님도 늘 바쁘시다 보니 저의 장애를 인지하지 못하셨어요. 사물을 가까이 가져다 보는 저의 행동에 유치원 선생님께서 먼저 알아차리셨죠. 이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모님은 전국 유명한 명의를 찾아다니며 제 눈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셨지만 의사들은 수술 후 부정적 경과에만 초점을 맞췄고, 최선의 선택으로 그냥 이대로 살아가는 것을 권했어요. 당시 부모님은 물론 어린 나이 저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었죠” 당시 그에겐 즐거움도 행복도 없었다. 부모님과 형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고, 여러 번의 자살 시도도 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불안감과 사회성이 염려된 부모님은 중학생 아들을 위해 태권도장에 등록했고, 그렇게 그는 태권도를 시작하게 되면서 조금씩 활력을 되찾아갔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태권도 보다 우연히 관심 갖게 된 ‘익스트림 마샬아츠 트릭킹’에 매료됐던 것이 변화의 주원인이 된 것이다. ‘익스트림 마샬아츠 트릭킹’은 공중에서 수회 텀블링을 하거나 연속으로 점프해 회전 날아 차기를 하며 화려한 무술 동작을 아름답고 멋있게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그는 태권도 수련이 끝나면 홀로 남아 유튜브 동영상을 켜놓고 넘어지고, 다치고를 반복하며 동작을 되풀이했다. “태권도 수련을 마치고 혼자 남아 텀블링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그 동작이 되는 거예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죠. 친한 친구의 제안으로 비보이반에 들어가게 됐어요. 사실 전 몸치에다 그 동작 하나만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웃음)” 댄스반에는 어린 시절 그와 싸웠던, 혹은 그를 놀렸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더 이상 그를 놀릴 수 없었다. 타고난 끼도, 특별한 재능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에 엄청난 연습량과 노력만을 통해 고난도 기술을 여유 있게 소화해 냈던 득기 씨. 당시 그가 소속돼 있던 중학교 댄스부는 전국대회까지 출전하며 경주 비보이팀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그렇게 댄스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해 갔다. “중학교 3학년 시절 경주시실용무용협회 김전성 회장님과의 인연으로 비보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당시 회장님께서는 댄스가 아닌 타 장르 방과후 교사이셨는데 제가 하는 텀블링 동작을 봐주시기 위해 일부러 오셨고,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저에게 처음으로 용기와 희망을 주신 분이죠. 그때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저도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는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처음 가지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본격적인 비보이 세계에 빠지게 된 그는 크고 작은 무대에 자주 오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또한 독학으로 시작한 영상기술은 어느새 숙련돼 새로운 일거리로 확장시켜가고 있는 그다. “저희 골든코리아비보이에서 현재 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비욘드 스쿨’이라는 댄스컬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자살예방과 학교폭력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있죠. 혹시 저와 같은 아픔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저는 이렇게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해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득기 씨가 소속돼 있는 골든코리아비보이 팀은 앞서 (재)경주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단이 주최한 ‘2022 코로나 극복 경주 문화예술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흥나! 신나!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역 내 문화소외지역 학교를 찾아다니며 댄스컬 ‘비욘드바이러스’를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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