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청년실업, 지방청년들이 무너진다.
박 기 태(경주대 방송언론학부 교수)
온 나라가 정치권의 대선자금을 포함한 불법적인 돈을 주고받은 것을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것도 보통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되지 않는 천문학적 액수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100억이면 성실한 근로자가 몇 명이서 몇 십 년을 모아야 하는 돈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돈인데 검찰에 조사 받으러 가는 정치인들은 심장이 무엇으로 생겼길래 저리도 태연하며 당당한지 알 수가 없다. 난리통에 불쌍한 것이 조조군사라고 이 통에 민생은 죽어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학가는 졸업을 앞 둔 고학년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자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갈 곳이 없다. 청년실업률이 평균 실업률 3.4%의 두 배에 이르는 7.5%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청년실업의 대상은 15세에서 29세까지로 잡는데 이들의 숫자는 무려 38만5천명에 달하는 것이다. 대학원 진학자, 군 입대자 등이 실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열 명 중 한 명은 실업자라는 말이 된다. 일 할 나이에 일 할 곳이 없다는 것은 단지 경제적 배경이 없다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IMF관리라는 위기가 왔을 때 멀쩡한 중견 직장인이 거리로 밀려났다. 그들이 말하기를 처음 얼마 동안은 친구나 친척, 아는 사람을 만날까 전전긍긍하며 죽고싶은 마음뿐이라고 하였다. 석 달이 지나자 그것도 없어지고 그냥 될 대로 되라고 자신을 팽개치게 되었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곧 실업이란 상황이 인간성을 파괴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희망이 없는 미래란 살아야 할 가치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년에게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다는 것은 그 나라 그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평균 수명이 남자 72.8세, 여자 80.01세라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50년 60년을 실업자로 살지도 모르는데 무슨 희망이 있을 것인가 말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나아지리라던 정부가 급기야 심각함을 알고 특단의 대책이라고 내년도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았다. 24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공무원도 올 해 보다 4천명이나 더 뽑겠다고 한다. 예산 또한 50%가 늘어난 5천4백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반길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실업 이야기는 우리지역의 청년 취업희망자가 대기하고 있는 지방대학, 지역대학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지역의 대학 평균 실업률이 다소 차이는 있으나 그래봐야 60%를 밑돈다. 군 입대 빼고, 시집 간 여학생 빼고, 인턴 빼고, 차 떼고 포 떼고 반이나 될지. 언론에 의하면 대졸 초임이 평균 175만원이라고 한다. 꿈 같은 이야기이다. 100만원은 고사하고 시켜만 준다면 당장은 무보수라도 갈 판이다. 대학생활 십 수년에 제자 보기가 이렇게 안스러운 때는 일찍이 없었다. 개혁이 무엇인가. 개혁은 미래의 희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치권은 지난 12월 대통령선거 때 왜 시퍼런 청춘들이 목이 쉬도록 개혁을 외치며 갈망했던가를 벌써 잊었는가. 선거판의 삐라처럼 그렇게 맹세하며 뿌려대던 공약의 수표는 벌써 부도난 휴지가 되어 권력의 치부를 닦는 휴지가 되었는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유행가 가사가 아니라 우리의 젊은 일꾼, 지방대학의 청년 일꾼들의 목마른 호소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