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을 제사하는 천신단 가능성 유력 신라 건국시조 박혁거세 탄강 신화가 서린 경북 경주시 탑동 나정(사적 제245호) 일대에서 5세기 이후 신라멸망에 이르기까지 활용된 신라왕실의 대규모 제단이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이 제단시설은 중국에서 태동돼 인근으로 전파된 동아시아 천문지리관으로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사방이 모가 났음’을 각각 상징하는 8각형과 4각형 건물지가 완벽하게 세트를 이룬 것으로 밝혀져 나정 일대가 신라시대에는 천신과 지신을 제사하는 일종의 천신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중앙문화재연구원(원장 윤세영)에 따르면 나정 전체 구역을 완전히 감싼 사각형 담장 네 벽은 각각 동서남북 네 방향 1천100평에 정확히 맞춰 조성된 것이라는 것. 특히 남쪽 담장에서는 전체에 걸쳐 일종의 정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대규모 회랑식 건물지가 확인됐다. 또 정사각형 담장지 안쪽 한복판에서 확인된 8각형 건물지는 박혁거세가 태어난 우물인 나정을 정확히 중심축으로 잡은 채 전체 90평에 달하는 한반도 최대 규모의 8각형 건물지로 판명됐다. 이와 함께 남문 회랑식 정문에서 8각형 건물지에 이르는 약 15m에 걸치는 곳에서는 폭3m에 달하는 참도라는 참배를 위한 직선 도로로 추측되는 시설이 발견됐다. 이보다 앞서 이번 발굴 직전에는 조선시대 후기에 건립된 박혁거세 탄강비 및 그 비각이 설치돼 있던 곳에서 타원형에 가까운 원형 우물터가 확인된 가운데 이 우물터가 지금까지 확인된 석축식 방법이 아니라 별다른 시설이 없는 원형 우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발굴단 관계자는 "신라시대 이후 이곳 명칭이 나정이라고 해서 담쟁이 나(蘿)자를 쓴 점과 이번 발굴성과를 검토해 볼 때 신라시대 당시 이 우물 근처에는 담쟁이덩굴이 자라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나정 제단 시설이 축조된 시기와 관련해서는 5세기 중반경으로 추정되는 인화문 토기류와 통일 이전 신라시대에 속하는 기와들이 꽤 많이 출토되는 사실을 발굴단은 중시하며 8세기 후반 무렵 통일신라시대 연화문 및 사자문 수막새와 당초문 암막새가 담장 시설에서 확인돼 이곳에 고급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이 곳에서 신라시대 이후 유물이 거의 출토되지 않는 점을 미뤄 보아 현재 확인된 나정의 제단 시설은 5세기 시점에 축조돼 신라멸망 때까지 중요하게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번 발굴의 성과로 이곳이 사찰터라는 일부의 주장보다는 오히려 8각형이 하늘을 상징한 도교의 천문우주관에서 유래한 제단시설이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편 4각8방 시설이 발굴됐고 박혁거세 탄강 전설이 서려있다는 점에서 나정이 신라 왕실 최고의 제사시설인 신궁일 가능성 높다는 의견도 또한 한층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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