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아닐까싶다.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른다는 ‘밀레의 만종’은 들판에서 일하던 농부 부부가 교회의 저녁 종소리를 듣고 일손을 놓고 마주 서서 기도하는 평화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다. 가족의 행복과 평화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다. 건강한 사회나 국가가 가정에서 출발되니 건강한 가정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가?. 최근 가정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기관 설립을 골자로 한 ‘건강가정육성기본법’안 제정이 국회에 발의되자 두 학계간에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정학계는 ‘21세기형 가정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환영하고, 사회복지학계는 ‘사회복지 업무와 차별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가족문제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들 한다. 이혼율만 보아도 OECD 30개 회원국 중 2위이다. 이에 가족문제를 돕는 기관인 가족연구소, 가족상담소, 가정법률상담소, 아동상담소, 청소년상담소 등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정부도 여성부 산하에 가정폭력상담소, 성폭력상담소, 위기 여성이 365일 이상 전화 상담할 수 있다는 의미로 국번없이 1366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각종 종교 단체에서도 예비부부 프로그램, 부부프로그램, 부모-자녀관계향상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참여해 본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를 말한다. 예비부부프로그램을 통해 결혼 갈등을 지혜롭게 넘겼다거나, 황혼 이혼을 앞두고 부부프로그램에 참여한 노부부가 지금껏 헛살았다고 한탄하며 서로에게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아직은 극소수인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현재 기관들만으로는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시점에서 두 학계에 기대하는 바는 앞으로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를 지지하고 협력하여 우리 나라 가족문제에 큰 획을 그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렇게 될 때 위기에 있는 가정이나 일반 가정의 삶의 질 향상에 실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혼만큼 인간에게 만족을 주는 제도도 없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 자녀를 통해 유한한 자신의 삶을 계속 유지․확장시킬 수 있고, 일심동체인 동반자가 평생을 지켜주니 말이다. 결혼은 판단력이 부족할 때하고, 이혼은 인내력이 부족할 때하며, 재혼은 기억력이 부족할 때 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 후 신혼기부터 노년기까지 가족주기별로 이루어내야 할 과업이 많고 이 과정에서 결혼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결혼을 할 때는 가족 주기별 과업 성취라는 현실은 보이지 않고 환상에 젖어 결혼만 하면 행복한 가정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을 한다. 결혼의 불행을 호소하는 유형은 대개 셋으로 구분된다. 자신은 신인데 배우자는 하찮은 인간이거나, 자신은 인간인데 상대방은 인간이하인 짐승이거나 또는 배우자는 신인데 자신이 인간이라 자기비하에 빠져 결혼의 끈을 놓는다. 결혼이라는 제도의 자물쇠를 풀지 못하도록 법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겹겹의 장치가 놓여 있어도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은 연애 결혼이 일반화되어 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임에도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흥미 있는 일은 이혼 한 많은 사람들이 재혼을 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재혼의 실패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가족의 기능은 사회 변화에 따라 변화하지만 주요한 고유 기능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은 공동체로서 성을 통제하는 기능, 사회구성원을 충원하는 기능, 노동력을 제공하고 생활을 보장하는 기능, 사회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기능, 사회 안정화 기능 등 사회적 기능을 맡고 있다. 가족 내적 기능으로는 성․애정기능, 자녀 양육 및 사회화 기능, 친척관계 유지 기능, 정서적 지지 및 안식처 기능, 경제적 기능, 종교 및 도덕적 기능을 해야한다. 가화만사성의 다른 의미는 가족이 화목하려면 만사를 해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얼마 전에 나온 영화 ‘바람난 가족’의 가족 내적 기능을 보면 변호사인 남편과 맞벌이하는 아내가 경제적 기능만 겨우 하고 있을 뿐 그 외에 모든 기능이 마비된 채 역기능을 거듭하다가 끝내 가족이 붕괴되고 마는 이야기이다. 가정의 화목은 물질적 안정과 심리적․정신적 안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이혼 이유의 1순위가 ‘성격 차이’인 것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신체적인 배고픔 이상으로 심리적․정신적 허기가 가족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경주시는 ‘가장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경주의 혜택받은 자연 환경과 더불어 각 가정이 심리적․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진다면 경주시민은 가장 행복한 시민임에 틀림없다. 벽에 걸린 ‘밀레의 만종’보다 더 아름답고 생동하는 그림을 내 가족과 이웃에게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은 그 어떤 삶보다도 가치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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